연극 강사에서 학습지 교사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접어들었다. 또다시 공공극장들의 문이 닫히고 공연들이 취소되기도 하고 2주 동안 많은 것들이 제한되었다. 이번 4차 대유행에 타격을 입지 않는 곳이 없겠지만 또다시 문화예술계가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안타깝다.
올해 초 연극 강사였던 직업을 학습지 교사로 반(?) 전향했다. 작년에 특별활동 강사로 어린이집, 유치원 출강을 주로 하고 있던 나는 코로나가 대유행이 될 때마다 휴원이 되고 수업에 나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고 집에 있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다 보니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는 직업은 뭐가 있을까? 비대면이 가능한 것이어야 해.'라는 생각으로 – 화상교육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다는 학습지 방문교사를 하게 되었다.

<출처: Photo by Danielle MacInnes on Unsplash>
취업난이 심각해서인지 지점 면접에 합격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 지원서를 냈지만 몇 가지 조건으로 인해 내가 합격하게 된 것이라고 들었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나는 운 좋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입사라는 말은 쓰지만, 위탁계약으로 일정액 수수료를 받는 학습지 교사는 특수형태근로자이다. 지금까지도 프리랜서로 일을 해왔기에 업체에 소속되어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에 일하는 그 형태는 낯설지 않지만, 실적에 따라 수수료율도 달라지고, 같이 좋은 실적과 이윤을 내기 위해 도움을 주는 지역 관리 팀장님과 행정 담당 선생님, 지점장님과 같은 정규직분들이 계신다. 본사에서 하는 교육도 있고 지점에서 하는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
지역을 쪼개어 기존 회원들을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인수받고 또 새로이 모집된 신규 회원들을 만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어느덧 이 일을 하게 된 지도 6개월째다. 차가 없는 나는 30분, 정각 단위의 시간을 맞추려고 때로는 달리기도 하고 지름길인 계단이나 언덕도 올라가고, 뜨거운 햇살 혹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피하고자 양·우산을 필수로 챙긴다. 회원 집 근처의 공중화장실 위치를 알게 된 것은 물론, 지하철역의 화장실은 꼭 이용하게 되었고 회원분들이 시원한 마실 것을 챙겨주실 때는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이렇게 예전에는 몰랐던 방문교사 일의 고충도 알게 되면서 점차 적응해가고 있다.

두어 달 전 지점 사무실 건물에 노동조합원분들이 오셨다. 나는 나름 천주교 노동사목위원회에서 봉사하는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이기에 그분들께 반갑게 인사를 하고 노동조합 가입신청서를 받았다. 거기에는 ‘학습지교사노동조합’이라고 적혀있었고 '백신 휴가 요구'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학습지 교사도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이기에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또 그렇게 되면 백신 접종 후 쉴 수 있는 휴가도 보장되어야 할 텐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학습지 교사는 휴가가 따로 없고 본인이 수업 스케줄을 회원과 조정하여 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나 역시도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더라도 언제 맞아야 할지, 어떻게 하루를 쉴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올해 초 회사와 계약을 할 때는 산재보험 가입이 선택이어서 내가 부담하는 게 없고 회사에서 다 비용을 지불해준다고 하는 사보험 가입을 선택했었다. 그래도 한편으론 ‘만약 사고라도 나면 이것이 업무상 재해인지 나의 과실 여부인지를 철저히 따지게 될 텐데...’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다. 다행히 올해 7월부터는 특수형태근로자에게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다. 비록 회사와 함께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형태이지만 그래도 출퇴근 및 업무와 관련한 모든 재해에 보상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지금은 마음 한편이 든든하다. 모두 방문교사 출신이신 지점의 관리자분들 또한 모든 선생님께 좋은 소식이라며 함께 기뻐하셨다. 이렇게 업무환경이 나아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출처: Photo by Jon Tyson on Unsplash>
복지관, 어린이집 등 출강하던 단체수업이 중단되고 학생 중에 같은 반 친구가 확진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연락들이 온다. 휴식 시간은 생겼지만 그만큼 수입이 사라지거나 나중에 보강해야 한다. 그래도 이제는 일부 비대면으로라도 수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 낫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과 무더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분들이 많을 것이다. 부디 상황이 하루빨리 괜찮아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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