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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새로운 우상은 안 된다

노동사목위원회

돈의 새로운 우상은 안 된다

 

"고객님, 일 년에 2억은 쓰셔야 합니다" -백화점 VIP 기준 더 높아져-

어느 날 읽은 경제신문(2022.01.07 아시아경제) 기사 제목입니다. 기사는 코로나 19 장기화 속에서도 '보복 소비’  열풍과 함께, 백화점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백화점 VIP 고객이 되기 위한 구매실적(구매금액) 기준이 급등하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외여행과 면세점 구매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백화점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특히 최우수 등급 고객일수록 소비 확대 폭이 커졌다는 내용과 더불어 몇몇 대표되는 유명 백화점 VIP 등급이 되려면 얼마나 큰 돈을 써야 하는지 너무나 친절하게? 표로 정리해놓은 이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좀 황당했다가 불편해졌고,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댓글을 쭉 읽어보았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을 적어봅니다. " 000 기자님! 이 기사의 작성 목적은? 1. 독자의 알 권리? 2. 회원들에게 안내? 3. 서민들 분노 유발? 4. 국민 갈라치기?" 이 기사는 저에게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돈에 대한 물신주의가 팽배하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고, 많은 사람이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유튜브에서는 화려한 명품과 고급스러운 집, 자신의 쇼핑 목록을 소개하는 유튜버 모습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들 모습은 대다수 사람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또한 부동산과 주식을 다루는 유튜버가 가장 인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그들의 영상을 보고 그들처럼 투자에 성공해서 돈을 벌어보겠노라고 의욕을 불사르고 있습니다. 오늘날 돈은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고 그 돈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고 쉽게 그 사람 가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아니 정말 많은 경우, 인간은 돈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우리 현실에 교황님은 "복음의 기쁨"에서 송곳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53. 나이 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저는 이 교황님 말씀을 인용해서 “열악하고 불안정한 노동환경에서 힘겹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 현실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백화점 VIP 기준이 되려면 얼마를 써야 하는지를 기사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라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54. …잘 먹고 잘살자는 문화가 우리를 마비시키고, 시장에 새 상품이 나오면 사고 싶어서 안달을 합니다. 반면에 기회의 박탈로 좌절된 모든 이의 삶은 우리의 마음에 전혀 와 닿지 못하고 단순한 구경거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55. … 우리는 돈이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의 금융 위기는 그 기원에 심각한 인간학적 위기가 있다는 것도 간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곧 인간이 최우선임을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고대의 금송아지에 대한 숭배가(탈출 32.1-35 참조) 돈에 대한 물신주의라는, 그리고 참다운 인간적 목적이 없는 비인간적인 경제 독재라는 새롭고도 무자비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돈은 인간에게 유용한 수단이 되어야지 결코 인간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황님 말씀처럼 "돈은 봉사해야지 지배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바로 돈이 있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돈이 아니라 인간이 최우선 순위에 있어야 한다는 이 진리가, 더는 오늘날의 세상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연히 읽은 이 기사는 저에게 ‘깨어있어라, 너무 순진하게 있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 같았습니다. 버리는 문화, 배척과 사회적 불평등이 일으키는 무관심 세계 속에서 수도자인 저 역시 그 영향력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네, 늘 깨어있어야겠습니다. 하느님 말씀 안에서 예수님을 통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식별하고, 판단하고, 복음적인 실천할 수 있도록 꼭 깨어있어야 하겠습니다. 

 

 

한여림 실비아 수녀

느베르 애덕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