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이하 노사위)가 서울 지역 사업장 노동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10일 서울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서울지역 노동자와 함께하는 간담회 및 미사’에는 서울 지역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0여 명이 함께했다.
노사위 관계자와 노동자들은 이날 함께 미사를 봉헌한 뒤, 각 참가자가 사업장에서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시몬 신부(서울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는 이 자리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고, 그래서 그들이 있는 곳에 오게 됐다”면서, “무엇이라도 돕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는데, 사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오늘 이곳에 온 이들은 신자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눠 주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오늘이 첫날인 만큼 미사와 간단한 이야기 나눔만 했지만 앞으로 진행하면서 더 많은 것을 나누고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와 함께하는 간담회와 미사는 앞으로 짝수 달 두 번째 목요일 저녁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간담회와 미사 뒤 참여한 모두와 함께. ⓒ정현진 기자
이 미사를 제안한 김선기 국장(민주일반노조 교육선전국)은 교회는 예전부터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많이 해 왔다면서, “서울에 230여 개의 성당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본당 신자들 대부분이 노동자이기도 하다. 어느 한 위원회만이 아니라 각 본당이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 돼 주길 바란다. 공간과 마음을 열어 주면 좋겠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날 참석한 이들은 서울혁신파크, 서울 물재생시설공단, 제화지부 등에서 일하는 이들이었고, 공통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과 이로 인한 안전 문제 등을 겪고 있다.
서울물재생시설공단(서울시 하수정화 시설 관리)에서 일하는 장동호 씨는 “현재는 종교가 없지만 그동안 사업장에서 사고를 당한 이들이 차라리 죽으면 존중받을까라고 말하는 상황, 단식하는 동료를 위해 암 환자 동료가 나서서 싸우는 현실을 보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면서, “스스로 노력도 하지만, 앞으로 나 자신이 반듯하게 나아가기 위해서 종교의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종교계가 노동 문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고 함께하는 형제자매들이 있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개의 민간 업체가 합병해 만들어진 물재생시설공단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기업 인력 축소 방침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씨는 공단이 되면서 필요한 행정인력을 현장에서 데려가고, 안전을 위해 2인 1조 근무 인원이 필요하지만 절대 부족한 형편이라면서, “15시간 야간근무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할 일의 양은 같은데도 야간 인력을 줄이고 근로기준법에도 없는 당직제를 부활시켰다. 무엇보다 이런 행태로 하청과 재하청 등 나쁜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기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권도훈 씨(일반노조 서울본부)는 이날 오전 김용균 씨 사건 책임자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언급하면서, “김용균 씨 어머니가 ‘이렇게 재판하면 산업재해가 없어질 수 있는가?’라고 한 말이 두고두고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권 씨는 “어느 곳 할 것 없이 노동안전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심지어 사다리에서 혼자 작업하다가 떨어졌지만 다행히 구조물 덕에 다치지 않은 어느 분은 자신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면 우리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을까라고 자조하는 상황”이라며,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노동한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이 일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대한다. 노동자들이 여러 압박을 받고 있지만 그러니 더욱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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