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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 지금여기] "비정규직은 무능력자, 실패자 아니다"
    • 등록일 2015-04-09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804
  •  3개 종단 노동, 인권단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다룬 토론회 열어

     

      

    ▲ 천주교, 개신교, 불교 3대 종단 노동,인권 단체가 7일 오후 비정규직 확산 정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종교의 역할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천주교, 개신교, 불교 3대 종단이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와 함께 ‘정부의 비정규직 확산 정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비정규직이 늘면서 경제가 나빠지고 사회가 불안해지며, 평등감각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월 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천주교서울대교구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노동위원회 등 3대 종단 노동, 인권 단체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참여한 가운데 비정규직 확산 문제와 종교계 역할을 논의했다.

    3대 종단 노동, 인권단체는 지난해부터 노동탄압 현장에서 공동 연대와 지원 활동을 펼쳐 왔다.

    이 토론회에는 정수용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과 윤지영 변호사(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정책팀)가 발제 했으며, 훈창 활동가(인권운동사랑방), 홍윤경 부장(영등포산업선교회 노동선교부)이 토론에 나섰다.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2014년 12월 말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 사실상 비정규직 확산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종교계가 대안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히는 한편,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또 종교계가 안팎으로 노동문제에 대한 다양한 교육, 지원 활동을 이어 가고 종단 간 연대를 굳건히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14년 8월 통계청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규모 607만 명, 전체 노동자 32.4퍼센트
    사내하청과 특수고용직을 포함하면 1000만 명 이상, 전체 임금노동자의 약 50퍼센트
    2014년 통계청 조사 결과 비정규직 평균 임금 144만 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이동 비율 11.1퍼센트

     

    정수용 신부는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장 큰 고통은 무엇보다 ‘불평등으로 인한 고통’이라고 설명했다. 정 신부는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무능력, 게으름, 실패로 인식하는 것이며, 이는 “구약시대에 병을 죄의 결과로 여겨 병자들을 죄인 취급 한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교의 역할은 정부의 올바른 역할을 주문하고, 갈등을 합리적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교회가 특정 정파를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정의와 진리 추구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특정 정파를 이롭게 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신부는 사회교리 기본 원리 중 하나인 ‘연대성의 정신’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요청된다고 강조하면서, 현장의 노동자, 시민사회 단체, 노동계와 연대하는 것은 “더 큰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노동 조건 개선을 이루고 불평등의 경제, 배척의 경제 구조를 개선하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내적인 노력에 대해서 정수용 신부는 ‘노동 인권 교육의 강화’를 들었다. 노동 문제가 심각해지는 원인은 사회전반에 걸친 반노동, 반노조 정서때문이라고 보는 정 신부는 교육을 통해 노동,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이뤄야 한다면서, “청소년 노동 문제가 사회 문제화되는 상황에서 우선 주일학교 교육 과정에서도 노동 인권 교육이 필요하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는 ‘안정된 일자리’ 문제며, 노동 인권이자 다른 인권의 기초가 되는 것”

     

      
    윤지영 변호사. 그는 비정규직 노동은 단지 계약 기간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면서, 모든 일자리는 '안정된 일자리'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현진 기자

    ‘비정규직 확산 정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제한 윤지영 변호사는 비정규직 확산이 제도에 의해 정당화되고 불법이 합법화되는 과정을 거쳐 왔으며, 지난해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 그 연장이자 결정판이라면서, 비정규직 노동문제는 경제 논리의 일환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되며, 경제 논리에 따르더라도 오히려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사회 전반에 해를 끼치게 된다고 비판했다.

    윤 변호사는 ‘비정규직 확산’은 1차적으로 노동자, 2차적으로는 경제와 고용, 사회에 전반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노동자들에게는 삶의 기반이 되는 ‘안정된 일자리’를 빼앗아서 기본적 권리가 침해되고, 노동조건이 나빠지며, 건강권이 침해되고, 사회적 낙인과 빈곤을 가져온다면서, “비정규직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사물화하는 것이며, 인권과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 위기가 고용의 경직성에서 비롯된다”는 정부의 비정규직화에 대한 논리와 달리, 한국은 이미 OECD 평균보다 고용 유연성이 높은 상태며 인건비 비중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의 유연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고용의 유연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기존 노동자의 해고를 전제하기 때문에 실업과 비례 관계에 있으며, 일자리 창출과 관계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양산으로 인한 소득 불평등과 빈곤층이 확산되면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사회 불안이 일어나며, 사회 통합 저해, 국가 노동 소득 저하 등을 일으키므로 국가에도 이득이 될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윤지영 변호사는 “비정규직은 단순히 노동 형태가 아니며, 모든 사회 구성원이 비정규직 확산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라면서, “정원관리제도와 총액인건비제도를 통해 노동자를 강하게 통제하고 착취해 온 주체이자 수혜자가 바로 ‘정부’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차별은 사회 전체의 평등 감각 무너뜨릴 것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치유 활동에 나서야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훈창 활동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받는 상황에 대해 “차별은 사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장소에서 드러나며, 특히 ‘무시’와 ‘모욕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 차원에서 무시와 모욕은 고용불안과 저임금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며, 노동자가 자신을 ‘존엄한 인간’이 아닌 생산수단으로 바라보는 ‘가치 훼손’의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훈창 활동가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는 차별은 ‘그들만의 개인적 문제’로 인식되지만, 이러한 차별은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다양한 맥락에서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노동에서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무시와 모욕은 결국 사회 전체가 지켜야 할 존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훼손하며, 사회 전체의 평등 감각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홍윤경 부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근원적으로 치유하는 방법에 주목하면서, “비정규직 고통을 뿌리째 뽑는 가장 빠른 길은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근원적 투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홍 부장은 비정규직 투쟁의 궁극적 목적은 삶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성찰과 변화를 위한 내적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관찰, 경청에 바탕을 둔 원활한 소통, 타인 존중의 태도 등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국 각 지역의 종교 시설에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회 끝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현장 연대를 넘어 국가 정책을 바꾸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대해서 참가자들은 지속적인 정책 토론과 논의를 통해 직접 항의와 대안 제시를 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또 종단 내 시설이나 사업장 노동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모든 종단 참가자들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 문제며, 또한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정수용 신부. 정 신부는 교회는 자본과 노동의 상호적 관계를 강조했으며, 노동이 자본보다 우위에 있음을 가르쳐 왔다면서, "그리스도인이라면 세상의 고통, 특히 비정규직의 고통을 함께 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정수용 신부는 “교회 내 노동형태, 임금 문제 등에서는 교회가 더 빨리 변화하면서 사회에 메시지를 줘야 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내부적으로도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종교계가 해야 할 일이며, 이것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 종교도 건강한 모습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와 개신교 측 참가자들도 “종단 내부의 문제가 사실상 가장 심각하고 아픈 부분”이라고 인정하면서, “특히 노동을 노동이 아닌 ‘봉사’로 취급하는 종교계가 제대로 노동의 문제를 다루지 못하면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노동의 가치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각 사찰에 비정규직 철폐 성명을 배포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회 내 단체를 마련할 계획이며,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서 종교 내부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면서 “이런 선언이 실천되지 않으면 모두 공염불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종교계 모두의 당연하고도 큰 과제”라고 말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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