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유가족들과 연대하기 위해 노동사목위원회는 지난 13일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에 다녀왔습니다. 유가족들은 10월 10일부터 에스코넥 앞에서 천막 농성 중입니다.

에스코넥의 입구가 활짝 열려있지만 어느샌가 추가로 설치된 CCTV는 문을 더 굳게 걸어 잠근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유가족들은 투쟁이 아니었다면 에스코넥이 군납 배터리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을 몰랐을 것이고, 본인들이 빨리 개별 합의를 해 사건이 조용히 묻혔다면 또 다른 폭발 사고가 있었을 것 같다며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선전전을 진행하는 유가족들을 위해 귀마개, 핫팩 등 방한용품을 전달하고, 점심시간에 맞춰 근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나가 에스코넥 교섭 촉구 시민 서명운동을 하신다기에 노동사목위원회도 따라나섰습니다.

여러 시민이 아직도 사건 해결이 안 되었냐며 기꺼이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모여 에스코넥이 빨리 유가족과 만나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그리고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끝까지 싸운다!’라는 이름으로 투쟁 문화제가 있었습니다. 삼성 앞에서 진행된 이유는 삼성이 에스코넥의 최대 고객사로 에스코넥은 삼성의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유가족은 삼성에게 협력사에게 말로만 윤리경영, 안전 경영을 요구하지 말고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책임 기업인 에스코넥과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날 진행된 투쟁 문화제는 사실상 마지막 문화제였으며, 참사 이후 6개월간 교섭을 통한 참사 수습이 아리셀쪽의 거부로 정체를 거듭해 대응 방식을 전환합니다.

아리셀은 꾸준히 개별 합의로 처벌불원 요구를 지속하고 있는데 유가족은 합의 의사 없음을 밝히고 민, 형사 소송을 통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아리셀 참사는 6월24일 경기도 화성시 전곡산단에 위치한 아리셀의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로 사고 전 군납 배터리 데이터를 조작하다 발각되자 밀린 납품량을 기일에 맞추기 위해 하루 전지 1천개를 생산하는 무리한 계획을 추진했고, 안전 관련 법규를 사실상 모두 어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불법으로 노동자를 파견받아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을 시켰고,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상구 통행이 가능한 ID카드도 지급하지 않아 참사 피해를 키웠습니다. 가해자들은 참사 이후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교섭을 피하고 노동자 불법 파견 외의 혐의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유가족들과 연대하여 가해자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게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