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와 노동자]
이따금 이해받지 못하는 노동조합
안타깝게도 우리 시대의 생산 자본주의, 특히 금융 자본주의는 노동조합의 가치를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와 기업의 사회적 본성을 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본주의 현 체제의 결함일 뿐만 아니라 그 가장 중대한 사회적 죄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계속 시장 경제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에 따라 ‘시장의 사회 경제’라는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실제로 그 소명에 내재된 사회적 본성을 잊었습니다. 기업, 삶. 유대, 합의의 사회적 본성을 간과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아마도 노동조합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삶의 변방에서, 버림받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민들 한가운데에서, 청년 소외의 자리들에서 노동조합이 정당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은 도시의 성벽 밖에 있는 이러한 자리들에서 더 싸워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노동조합의 활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인간 단체에서 발생하듯, 노동조합 활동 대원 상당수의 마음에 부정부패가 스며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떤 이들에게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수호해야 하는 임무도 사명이 아니라 개인 재산을 운용하고 증식시키는 방편이 되어 버렸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수호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십 년 전에 비하여, 적어도 더 잘 사는 나라들에서 여성이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여성이 모든 권리를 얻은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노동을 해도 여성의 수익이 남성보다 적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줍니다. 또한 여성은 노동 착취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더 직접적으로 말해서 여성은 더 쉽게 일자리에서 쫓겨납니다. 특히 자녀 출산을 위하여 한동안 일을 쉬어야 할 때 그러합니다.
노동조합은 변방에서 지내며 그 한가운데에서 활동하는 것을 자신의 새로운 활동 전략,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좋은 노동조합 없는 좋은 사회는 없습니다. 또한 삶의 변방에서 날마다 쇄신되지 않는다면, 경제가 내다버린 돌을 모퉁잇돌로 바꾸지 않는다면, 좋은 노동조합이라 할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sindacato)은 사실 아 름다운 말입니다. 그리스어로 '정의'를 뜻하는 diké와 ‘함께’라는 뜻의 syn의 합성어로, 어원상 ‘함께하는 정의’라는 뜻입니다. 오늘날 배척받는 이들과 함께하지 않는 한, ‘함께하는 정의’는 없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사회 정의 – 돈과 권력 P105-106
미켈레 찬추키 편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