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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신문] 불경기 이겨내기
    • 등록일 2015-07-28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624
  • [사회교리 아카데미] 불경기 이겨내기

    물질주의·소비주의 유혹 물리쳐라
    빈곤은 분배 제대로 되지 않은 탓
    불황 속 가장 힘든 이 ‘가난한 사람’
    복지 정책 정비하고, 제도 개선해야
    발행일 : 2015-07-26 [제2954호, 4면]


    불경기 또는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최고의 불경기라고 한숨이 가득하다. 이리 저리 돌아봐도 사람들의 얼굴엔 활기가 느껴지지 않고, 모두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종편 방송들은 메르스 사태 때문에, 더 멀리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이런 불경기가 계속 되는 것처럼 호도하지만 틀린 말이다. 불경기 또는 불황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과도 같은 것이다. 이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수출 위주, 대기업 위주, 부자 위주의 경제 정책을 써온 정책당국의 탓이라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불황 속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당연히 가난한 사람들이다.

    실제로 최근의 경제 지표들을 보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는 더욱 변두리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예를 들면, 최근의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지수는 30여 개 선진국 그룹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멕시코와 비슷한 지경이다. 올해 초 보건사회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빈곤 탈출률이 22%로서 최근 10년 사이에 최저치라고 한다. 빈곤 탈출률은 말 그대로 가난에서부터 벗어나는 비율을 뜻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5명 중 1명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통계가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의 처지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말이다. 부과 권력이 세습되는 만큼, 그 반대에는 가난 역시 세습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남미의 자본주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디를 가나 물질재화는 넘쳐나고 있지만, 나눔과 분배의 구조가 잘못된 탓에 많은 이들이 변두리로 몰려나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로또를 기대하거나, 주식 대박은 꿈도 꾸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노동자가 될 것이면서, 내 자녀에게만은 노동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거나 기대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노동자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하도록 우리의 제도와 법을 바꾸는 것이고, 나만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하기보다는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에서 탈출하도록 여러 가지 복지 정책들을 정비하고 고쳐나가는 길이다. 나 홀로 계층사다리를 오르기 보다는 우리 모두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가능한 일이다. 오늘날 빈곤의 원인이 개인의 게으름이거나 윤리적 나태 때문이 아니라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원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교회 역사 상 최초의 사회회칙이었던 1891년 레오13세 교황의 <새로운 사태>가 오늘날 우리와 비슷한 조건과 상황에서 나온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최고 목자의 처방은 노동의 존엄을 회복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하며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레오 교황의 노동에 대한 가르침은 120여 년을 지난 오늘까지도 유효한 사회교리의 가장 큰 기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덧붙인다면, 오래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과 태도 역시 바뀌어야할 것이다.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들은 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 사람들의 욕망을 충동한다. 자동차를 사는 것은 이미 그것에 결부된 환상(fantasy)을 사는 것이며, 좋은 아파트를 사는 것은 이미지를 사는 것일 뿐이다.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의 유혹에서 해방되어, 소비와 소유를 줄이는 것은 오랜 불황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스스로 물질에서부터 거리를 두고, 불편함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불황 극복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비와 소유에서 해방되는 길은 그리스도교의 깊은 영성으로 되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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