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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정의 문헌] 합의와 계약
    • 등록일 2021-10-16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59
  • [경제와 금융의 힘]

    합의와 계약

       따라서 권력은 1900년대에만 해당되는 논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21세기의 시장과 기업은 여전히 거대한 권력을 누리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탈근대 자본주의는 그 체제의 핵심인 권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입니까? 이는 우리 시대의 경제 이념에 따라 더 이상 합의(patto)가 아니라 계약(contratto)이 국가 생활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계약에서는 실제로 계약 당사자들을 위한 실리만 있고 권력은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계약에 따른 정의관은 정의가 “연대성과 사랑의 지평”에 열려 있게 하는 것을 가로막습니다.

       계약은 임시직과 자유 계약직과 같은 여러 직업들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정사실이고, 깜짝 놀랄 만한 조건의 계약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고용 불안 증대, 구조적 실업의 지속, 현재의 미진한 사회 보장 제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우려되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경쟁과 기술 혁신에 대한 요구와 복잡한 금융의 흐름은 노동자들과 그들의 권리 옹호와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만일 “인간의 노동이 표현되는 역사적 형태가 변화”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양도할 수 없는 인권에 대한 존중으로 요약되는 노동의 조건은 영구불변” 해야 합니다.

       1960년대에 미국의 일부 학자들이 어떤 이론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다수를 위해서만 일하는 반면에, 계약 경제는 인류 전체에 유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합니다. 계약으로 공정한 교환이 체결되려면 계약 당사자들의 대다수가 아니라 전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 방식은 본질적으로 일종의 폭력이라고 합니다. 다수의 선택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도 다른 이들이 내린 결정에 따르도록 강요받기 때문입니다. 계약 경제의 경우에는 이러한 폭력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만 계약에 서명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것도 사거나 팔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계약이 우위를 차지하여 권력이라는 주제를 가리게 되었습니다. 계약에서는 권력이 더 이상 개입할 자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계약할 때에는 어떤 위계도 없고, 명령하는 사람이나 다른 이를 대신하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별도로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탈근대 경제 이념에 뒷받침이 되어 준 생각은 매우 단순합니다. 중심축이 정치에서 경제로 옮겨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경제에 비하여 정치는 여전히 매우 위계적으로 보이고, 정부가 다른 이들을 위하여 결정을 내리는 자리입니다. 합의에 이르려면 오랫동안 수고로운 조정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기 때문입 니다.

       이러한 논리로, 정치를 단순한 계약 체결로 축소시키는 일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결국 커다란 위계 문제가 극복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의 생각을 조종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계약의 상당수는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 맺은 합의의 결실이 아니라 대기업과 거대 금융이 권력으로 밀어붙여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권력은 합의인 양 제시되고 있습니다. 은행 계좌에도 기꺼이 서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한 일이 의무는 아닙니다. 계약을 체결하고 말고는 자유입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이 이루어지면 계약서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모든 규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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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reurl.kr/2CC11A748Z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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