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온라인 플랫폼11)
2019년 OECD 보고서는 디지털 혹은 온라인 플랫폼(온라인 판매중개업)12)을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에서 상호작용하는 2개 이상의 구분되지만 상호의존적인 사용자(개인이나 법인) 집합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디지털 서비스” 라고 정의한다.13)
온라인 플랫폼은(on-line platform)14) 인터넷에서 다양한 이용자들을 연결하고 상호작용을 도와 경제적 가치(재화나 서비스)를 교환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이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15)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김종진은 “4차 산업16)은 서비스, 지식, 노동 등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불러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자본 편향적 기술발전은 사용자 없는 고용과 편향적 ‘부’를 초래한다. 그래서 신기술의 혜택은 우리 모두에게 분배되어야 한다. 로봇의 이득을 나누고, 플랫폼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목소리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미 국제노동기구나 유럽연합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의 개념과 규제를 제시한 바 있다.”라고 강조했다.17)
김종진은 고용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면서 고용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고용인은 권리만 있고 피고용에 대한 의무는 사라진 노동 문제가 계속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새로운 고용형태인 플랫폼 노동에서 벌어지는 문제처럼, 하는 일의 형태는 노동자이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양산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입점업체, 소비자, 배달 노동자 등 관련 종사자들의 정보를 취합하고, 소비자의 선호·수요에 관한 정보를 집적시켜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입점업체는 직접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플랫폼 등 중개업자와의 거래에서 대등한 지위를 갖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구조적인 불공정거래 관행에 놓이기 쉽다.18)
EU(유럽연합)는 ‘온라인 중개서비스 비즈니스 사용자를 위한 공정성과 투명성 증진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이 규정은 온라인 중개서비스 및 온라인 검색엔진 제공회사(중소기업 제외)에게 투명성 향상, 검색순위 매개변수 관련 정보제공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불만처리시스템을 제시한다.19)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고 이용에 편리한 점이 있지만 새로운 여러 가지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기존의 산업 및 시장과는 다른 측면이 있으며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규제 및 정책 관점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20)
세계 여러 나라는 관련 사업자의 반경쟁 행위(부당 공동행위, 독점화 시도, 시 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 기업결합 등)나 소비자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입법적 노력을 한다. 130여 개의 국가는 서로 다른 독점규제법을 두 고 있다.21)
법률자료조사관 최창수는 전 세계의 독점규제법 체제를 분류하여 입법 동향 을 검토한 후, 아래의 시사점을 정리했다.22)
규제의 방향 - 시 사 점
* 독점규제법 자체의 개정
-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독점규제법과 관련하여, 세계 각국은 기존의 법제를 유지하거나 신규 규정을 도입하기도 한다. 기존 법체계를 유지하는 경우에도 법집행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법제로 반경쟁적 행위를 규율하기도 한다.
- 기업결합에 대한 사전 신고기준으로 기존 자산·매출액과는 별도로 거래 금액도 그 기준에 포함시킨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식의 법률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 특히 피인수회사의 상당한 국내시장 운용요건에 관해서는 2018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공동지침이 향후 입법상의 방향을 제시한다. 미국은 이미 1970년대부터 거래금액을 대안적 신고기준으로 기업결합 지침에서 정하고 있다.
- 일본이 2020년에 도입할 기업결합 및 시장지배적지위 남용규제에 대한 신규 지침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요구되는 세부내용을 적시한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2월에 기업결합 심사지침을 개정하였지만 일본에 비해 실체적 고려사항이 많이 부족하다. 데이터 접근권한에 따른 시장지배력에 대해 일본의 지침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 중국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적용범위에 인터넷기업의 행위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반독점법을 개정하고자 한다. 데이터기반 인터넷 기업의 위법성 여부 판단 시 고려대상 데이터 접근권한 등의 항목들을 법률에 명시할 것이다. 향후 자국의 거대 IT기업에 대한 법집행을 주목해야 한다.
* 독점규제법 이외의 법률의 개정
- 유럽연합의 신규 ‘Platform-to-Business’ 규정은 시장지배력을 가진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 중소 온라인 중개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온라인 플랫폼상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입법이라는 점에서 참고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를 위한 체계가 아니고, 투명성 강화만을 의무사항으로 두며, 엄격한 제재수단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 프랑스의 「디지털공화국법」은 온라인 플랫폼 운영자를 정의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핵심 규정을 정립하였다. 독점규제법 체계가 기업 간 다툼을 사전·사후에 해결하는 목적도 갖지만, 소비자 보호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가장 실질적인 사항을 제시한다.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통제는 독점규제법 체계와 별도로 소비자보호법의 개정을 통해서도 디지털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인도는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국가 전체의 과제라고 보아 온라인 상거래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독점규제법 이외의 별도의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도의 사례는 독점규제법 이외에 다른 법률을 통해서도 디지털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독점규제법 집행 강화와 이를 위한 논의
- 미국의 독점규제법에서는 거대 IT회사들이 대부분 미국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법집행을 통해 자국 내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우리도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 관련시장에서 경쟁상 폐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큰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규제방식에 집중하고 이들의 경쟁 제한행위를 계속해서 모니터링 해야 할 것이다.
- 영국과 호주는 기존 독점규제법을 유지하지만 최근 디지털 플랫폼의 기업결합 통제를 위한 입법적 노력이 활발하며 머지않아 법률 개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국의 경우, 전통적인 기업결합 심사기준이 오직 경쟁적 효과만을 고려하는 원칙에서 벗어나, 일부 디지털시장의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에 미치는 효과까지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논의가 있어 기존 독점규제법의 커다란 변화가 될 수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개인정보 보호의무가 보다 중대해지는 가운데 기업결합에 대한 공익적 심사 논의는 매우 중요한 측면이다.
- 세계 각국은 디지털 경제시대에 플랫폼의 경쟁 제한적 행위를 적합하게 규제하는 데 전문성을 가진 전담기구를 설치했거나 설치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집행에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전 국가적 차원의 디지털 경제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법률이나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별도의 기관을 설치할지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11) 서치원, 이커머스 시장의 과당경쟁과 불공정거래행위, 월간참여사회, 2020.7-8
12) 온라인에서 생산ㆍ소비ㆍ유통이 이루어지는 장을 말한다. 13) 국회도서관, 디지털 플랫폼 독점규제 글로벌 입법동향, 2020-1호
14) ‘온라인’은 네트워크 통신망을 통해 연결된 상태를 의미한다. / 통상적으로 ‘플랫폼’은 둘 이상의 서로 다른 이용자들이 하나의 장場에 모여 가치를 교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매체로 정의할 수 있다. / ‘플랫폼’이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정거장으로 해석된다. 곧 최종 목적지는 아니고 잠시 거쳐 가는 장소를 뜻하는 개념이다.
15) 온라인 플랫폼 운영자의 등장으로 전통적 시장구조가 재편되면서 플랫폼을 자사의 사업모델과 연계하는 인수합병이나 플랫폼을 활용하여 수직 계열화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단기간에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부상했다. (한국소비자원, 온라인플랫폼 기반 소비자거래에서의 소비자문제 연구, 2016.12)
16) 4차 산업은 정보, 의료, 교육, 서비스 산업 등 지식 집약적 산업을 총칭한다.(매일경제)
17) 김종진, 4차 산업과 플랫폼 노동 길들이기, 경향신문, 2017.11.19
18) 예를 들어,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A가게는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소비자에게 치킨을 보낸다. 이때 온라인 플랫폼은 A가게에 소비자의 정보(연락처 등)를 주지 않는다. A가게는 소비자의 취향·반응 등을 알기 어렵고, 상품·서비스 등의 개선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즉, 소비자와의 소통은 없고 물품을 생산하기만 하는 중간 하청 단계와 유사하다.
19) 강지원, ‘EU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 불공정거래행위 규율 강화’,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입법조사처, 제22호, 2020
20) 한국소비자원, 온라인플랫폼 기반 소비자거래에서의 소비자문제 연구
21) 국회도서관, 디지털 플랫폼 독점규제 글로벌 입법동향, 2020-1호
22) 국회도서관, 디지털 플랫폼 독점규제 글로벌 입법동향
(매주 '서울 정의평화위원회와 세상 - 2020년 자료 2 비대면 경제, 대면 노동' 을 나누어서 올립니다. P 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