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징표
우리는 경제계에 영향을 끼치는 악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소수의 특권만을 보장하는 돈의 보이지 않는 독재를 유지하려고 개인의 존엄성과 우리 공동의 집을 동시에 훼손하면서 엄청난 고통을 인간 가족에게 끼치는 경제 체계의 위기에 직면해 왔습니다. 「복음의 기쁨」은 이렇게 거듭 밝힙니다. “인류는 역사적 전환기를 겪고 있습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선의의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서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역사의 이 순간, 곧 지금 여기에서 행동하고 살아가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현실은 고달프지만,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면해야 하는 것입니다. 십자가 위에서조차 결코 굴하지 않으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당신 자신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 이심을 알고 계셨던 바로 그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맞서야 합니다.
이는 중대한 책임입니다. 오늘날의 현실들 가운데 일부 잘못들은, 훌륭한 공동의 해결책으로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비인간화 과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실천을 촉구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요한 23세의 권고대로, 우리 개인과 온 인류의 삶에 닥친 위기를 타개하려면, 성령의 길을 가리켜 주는 그러한 ‘시대의 징표’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곧, “현대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는 사건과 요구와 염원 안에서” 하느님 백성은 “하느님의 현존과 그 계획의 진정한 징표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 해야 합니다. 시대의 징표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이러한 인류의 파괴적인 현실을 이겨 내려 하지 않으면서 소중한 시간만 흘려보냈습니다. 시대의 징표는 때로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여정의 이정표로 삼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한편으로 비인간화 과정이 심각하게 가속화되고 있지만, 공동의 해결을 위한 주역인 전 세계 민족들의 참여에 역사가 나아갈 방향과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적 위기의 해결이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으로 무력해지지 말아야 하며 무익한 분쟁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보다 나은 새로운 종합을 향하여 나아가려면, 위험을 깨닫는 동시에 모든 위기에 따르는 기회도 깨달아야 합니다.
위대한 중국 민족의 옛 지혜를 보여 주는 한자로 ‘위기’라는 말은 두 개의 표의 문자, 곧 위험을 나타내는 ‘위’(危)와 기회를 나타내는 ‘기’(機)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말에는 분명 훌륭한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