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 인사
엄마가 떴다! 사랑하기 때문에
어느 날 퇴근길, 앞자리 승객 손가락에 끼워진 묵주반지를 보다 든 생각입니다. ‘아, 천주교 신자. 나도 신자. 저이도 신자. 고급양복을 입은 위정자들 여럿도 신자. 강남 부자들, 건물주 연예인도 신자. 우리는 삶의 처지와 재력의 크기가 다 다르지만 무언가 같은 것을 믿는 모양인데... 우리가 공통으로 믿는 것은 무엇일까? "믿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천주교 신자들이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들을 단순하게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을는지요? - 한분이신 하느님, 삼위일체, 예수님의 탄생,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 영원한 삶, 보편 교회, 구원.
왠지 이 모든 것이 ‘사랑’ 하나를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 아니면, 우리가 믿는 이 모든 역사가 벌어진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믿는다는 의미는 우리 각자는 ‘사랑받는 존재’임을 각성하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명곡이 떠올라 흥얼거리며 집에 도착했습니다.
청년들과 사회교리를 이야기할 때 늘 강조하는 메시지는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 그런데 그 존엄성 이전에 하느님의 사랑이 있습니다. 거저 얻은 사랑을 우리가 남에게 줄 때, 그 때야 말로 진짜 ‘믿는 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믿는 이들의 언행과 노동이 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사랑을 주는 행위이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침범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마스크를 써야하는 답답함,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의 불안감을 매일 안고 삽니다. 좋은 날 여행을 가기도 모임을 갖기도 어렵습니다. 노동하는 삶을 침범당한 이들이 겪는 고통은 말로 다 못합니다. 해고, 강제무급휴가, 일이 없어 수입 한 푼 없이 수개월을 버텨야 하는 상황. 청년들에겐 가혹한 실업의 시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청년들의 어려움도 들려옵니다.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고시식당이 뷔페식이다 보니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끼니해결이 제일 큰 어려움입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아르바이트마저 못하게 된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학원 수업도 개강이 계속 미루어지고 있고요. 얼른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서 일상으로, 합격해서 본가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부모님 지원을 받아 공부하는 중인데 시험도 자꾸 밀리고 코로나로 부모님 수입이 줄어들어 마음이 어렵습니다. 아빠 일이 힘들어져서 걱정입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주말에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알바 시간이 줄어서 힘이 듭니다.”
노동사목위원회는 이 청년들에게 사랑을 주는 행위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7월에 노량진으로 “엄마”를 보냈습니다. 끼니해결이 어렵다는 구직 청년들에게 엄마의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집반찬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희에겐 이것이 구체적인 사랑과 연대의 실천행위입니다. ‘로사리아 맘 집반찬’ 사업은 (재)바보의나눔의 도움으로 올해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우리의 사랑 실천이 세련된 글로 표현 못되면 어떻습니까? 반찬을 받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 인사하는 청년 하나면, 저희는 그걸로 됐습니다.
- 노동사목위원회 사무국 드림
▣ 웹진 7월호 목차
[숨은 노동 찾기 ; a visual guide] 웹툰 EP.01 사회교리의 본질 - 인간 존엄성
[노동을 읽는 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한 이유
[그의 신발을 신고] 말(글), 말(글), 말(글)
[생각의자]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노동사목위원회 웹진은 매주 수요일 홈페이지와 SNS에 하나의 컨텐츠를 공유하고 월말에 종합합니다.
1. 숨은 노동 찾기 ; a visual guide
- 노동 현실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2. 노동을 읽는 눈
- 노동 현안에 대한 통찰을 공유하고, 다양한 시각, 비판적 사고를 돕는 칼럼입니다.
3. 그의 신발을 신고
- 이웃의 다양한 삶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4. 생각의자
- 노동사목의 오피니언. 노동 현안에 대한 복음적 성찰을 나누고 실천을 제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