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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호 생각의자]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
    • 등록일 2023-01-25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87
  •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

    늦은 밤 집에 들어가는 길은 늘 어지럽게 던져진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쓰레기통은 이미 배부르다고 먹은 것을 토해내고 있고, 쓰임을 다한 상자들은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채 나뒹굴어 있습니다. 비나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지하철 입구는 질척질척 젖어있고 사람 손이 많이 닿은 이곳저곳은 그 특유의 자국을 새기고 있습니다. 수고롭게 하루를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들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밤은 그 모든 것을 끌어안습니다. 



    그런데 밤사이 기적이 일어납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새벽은 새로운 도시의 얼굴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 텅 비어 무엇이든 소화할 수 있다는 쓰레기통, 깨끗한 거리...... 길거리만 이처럼 새로운 아침을 맞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계단, 학교의 강의실, 관공서의 현관, 어디든 발을 처음 딛는 아침은 정갈하고 깨끗하고 산뜻함으로 우리를 맞아줍니다. 마치 소복이 쌓인 눈에 첫발자국을 내듯이...... 

    이 기적은 누가 이룬 것일까? 이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의 손일까? 고마운 마음도 잠시 또다시 일상에 빠져버리지만, 이 도시를 반짝이게 만드는 신비의 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신비의 손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은 늘 숨어있는 사람들입니다.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 우리가 일하는 시간에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우리가 안식의 자리에 들면 홀연 등장하여 이 도시를 깨끗하게 만들고는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언젠가부터 이 신비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청소 노동자의 이름으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이름으로, 하청노동자의 이름으로, 6411버스의 첫차를 타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그동안 음지에서 일하는 수고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억울함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자리에 있던 것만큼이나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음이 그제야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아하 이분들이었구나! 이분들이 도시를 매일 목욕시켜주는 분들이었구나! 그런데 이분들의 처지는 열악하기만 합니다. 이들의 쉼터 또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구석쟁이 골방이고 그나마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이 귀한 사람들이 그토록 천대받아왔던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왜 이 귀한 분들을 보이지 않는 사람 취급을 하였을까? 이분들 없이는 단 하루도 말끔한 얼굴을 보이지 못하는 주제에 무엇을 믿고 그리 당당하게도 사람을 함부로 부려왔을까? 하느님 보시기에도, 인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에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에게도 근본적인 차별이라는 것이 깊게 담겨있었습니다. 배우지 못한 사람, 가난한 사람, 버려진 사람으로 의식 저 너머에 새겨져 있던 분들이었습니다. 



    이제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 모습 그대로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를 누가 만들었는지를 물었을 때 서슴없이 손을 들어 가리켜 그 위대한 업적에 대하여 고마움을 노래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시민들이 모두 고마움을 드러낸다면 이분들을 하찮게 여기고 마구 부리는 사람들도 이분들이 하시는 일에 대해 알맞은 대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용역에 용역을 더하는 하청의 구조도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나 정부의 중요하고 귀하다 하는 자리에 하청에 재하청을 도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생각의자’에도 매번 이분들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연재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나승구 신부(금호1가동 선교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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