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고 문유식씨의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1심 판결 직후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1주기 추모식 및 1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임석규
1년 전 서울 마포구의 한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안전 장치가 없는 가운데 일하던 70대 남성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건설사와 현장소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3일 오전 10시쯤 고 문유식씨의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해 건설사인 인우종합건설과 현장소장 A씨에게 각각 벌금 2천만 원과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각각 벌금 2천만 원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앞서 문씨는 지난 2024년 1월 22일 낮 12시쯤 현장에서 미장 작업 중 이동식 비계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7일 뒤인 1월 29일 오후 8시 20분쯤에 사망했다.
▲고 문유식씨의 1주기를 기리기 위해 유가족이 하얀 국화를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 임석규
선고 이후 인우종합건설 산재사망 고 문유식 노동자 대책 모임과 생명안전 시민넷·김용균재단은 오전 10시 30분 서울서부지법 인근에 있는 공덕소공원에서 추모식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가족 문혜연씨는 "서울서부지법의 1심 선고를 듣고서 가족들은 재판부가 산재사고의 심각성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를 내려 안도했지만, 이런 당연한 결과조차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참담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이사도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너무도 쉽게 다치고 죽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의 무책임함에 있다"면서,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사법부의 판결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고 문유식씨의 자녀 문혜연씨가 서울서부지법의 1심 판결에 대한 유가족의 소감을 언론에게 전하고 있다. ⓒ 임석규
코로나 방역 산재 피해자인 김정태씨는 추모사를 통해 "아직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 되는 법과 책임의 의식이 부족해 사측은 비용 절감을 내세워 노동자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비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도 "현장에서 신체 일부가 절단되거나 다치고 죽는 산재사고는 우리 사회의 고통이고 슬픔이며 전체의 실패"라 규정하며, "사람과 노동을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함과 노동자들의 생명·안전을 위해 국가와 기업이 책임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메모가 적힌 접착식 종이를 팻말판에 부착하고 있다. ⓒ 임석규
한편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계는 ▲ 사측이 문씨에게 안전 보호구 미지급 ▲ 추락 방지용 안전난간 미설치 ▲ 평평하지 못한 곳에 이동식 비계 설치 ▲ 이동 시 비계 바퀴에 이동 및 전도 방지용 아웃트리거 미설치 등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유가족의 사건 경위 설명 요구에도 사측은 '비계가 설치된 곳에서 낙상 또는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한파와 관련된 사고로 추정'이라는 부실한 설명을 담은 원인·사과문을 팩스로 보냈으며, 문씨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 사측 대표자나 현장소장의 방문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