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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일하다 죽지 않게 해 달라"
    • 등록일 2024-06-19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5
  • 산재 유가족과 5대 종단 '건설의 날' 기자회견

    “더 이상 죽지 않게”

    건설의 날인 18일, 산재 유가족과 5대 종교 단체가 ‘안전한 건설 현장 만들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순규, 김태규, 문유식 씨 등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가족과 황유미, 김용균, 이한빛, 이선호, 김동준, 홍수연, 장덕준 씨 등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산재질병과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가족들이 함께 했다.

    종교계에서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원불교 인권위원회 등 5개 종단 단체가 참여했다.

    기자회견은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앞에서 산재사망자 가족들의 발언, 종교계 연대 발언, 성명서 발표로 진행됐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산재 사고로 사망한 이들은 2016명, 이 가운데 산재보험 적용으로 산재가 인정된 이들은 불과 812명이다. 승인된 사망자 수 기준 전년대비 62명이 감소했으며, 건설업 산재 사망자도 46명 줄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건설 현장에서 매일 1명이 죽어가고, 하루 2명이 살아서 퇴근하지 못하는 셈이다.

    안전은 불필요한 비용이라는 관행
    사고의 책임은 사망자에게, 사죄는커녕 죽음 모독

    “경동건설과 같은 수많은 건설사들은 안전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치부하고 생명과 안전을 소홀히 여깁니다. 안전관련 서류의 허위 작성과 형식적 안전관리체계는 사라져야 합니다. 고인의 죽음 앞에서도 관행을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건설 현장의 잘못된 관행과 부실한 안전관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입법운동과 제도개선에 앞장설 것입니다.” (경동건설 산재사망자 정순규 씨 아들 정석채 씨)

    2019년 경동건설 경동 리인아파트 부산 신축공사 현장에서 추락사 한 정순규 씨 가족들은 산재 사망 사고와 사망자를 안전 관리 책임자로 서류를 위조한 건에 대해 법정 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나 법원은 원청 경동건설에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고, 사문서 위조에 대해 검찰은 하청 현장소장을 제외한 원청 사측에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정석채 씨는 “원청과 하청 관계에서 암묵적인 상호 동의 또는 원청의 묵시적인 방조가 없었다면, 하청 제이엠 건설이 고 정순규 님의 명의로 문서를 임의로 작성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관리감독자 지정서 위조 고소는 사고의 책임을 고인에게 돌리려 했던 원청 및 하청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 현장에 만연한 건설사들의 형식적이고 부실한 안전관리체계를 바로 잡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었다”고 말했다.

    “태규 발주 회사 사람이 제게 했던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졌으니 엘리베이터 업체에 연락해라. 우리가 피해자다. 재수 없게 여기서 죽어 공사 기간 지연되게 만들고 돈 들게 만든다고요. 5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추락사로 많은 사람들이 떨어져 죽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도 참담합니다.” (2019년 수원 건설현장에서 추락사 한 김태규 씨의 누나 김도현 씨의 발언)

    “회사는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고, 2인 1조로 일해야 하는 이동식 비계 작업도 홀로 감당하게 했습니다. 바퀴가 달린 비계를 평평한 곳이 아닌 계단에 설치했고, 다른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일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위험한 현장에서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를 두고, ‘한파에 일을 하셔서 그런 것 같다’는 (사측의) 간단한 문구에 저희 가족은 너무 비통하고 화가 났습니다. 회사는 저희 아버지 사고를 예방 가능한 안전 사고가 아닌 어쩔 수 없었던 우연한 사고로 치부하고 있었습니다.” (2024년 1월 서울 서교동 인우종합건설 현장에서 추락, 사망한 문유식 씨의 가족 발언)

    산재 사망 사고의 공통점은 사고 전에는 기본적인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으며, 사고 후에는 다단계 하청 구조 속 꼬리 자르기, 당사자에게 책임 전가 그리고 대책 마련 없음이라는 과정의 악순환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종단 대표들은 “이익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 일하라”며, 생명과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며, 오직 이윤에 복무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또 이들은 “산재 사망은 간접 살인이며, 노동자를 자본의 이윤만으로 본다면 결코 이 죽음의 사슬을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시몬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것은 높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면서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건축물을 짓는 이들이 그 과정에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가 너무 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하느님이 바라는 것은 어느 특정한 사람들만의 행복이 아니며, 몇몇의 행복이 누군가의 행복을 대신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누군가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죽으러 일하러 가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함께 지켜주는 사회를 만들자”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과 5대 종교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이를 대한건설단체연합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건설의 날 기념행사 중에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한 추모 묵념 순서 배치, 건설의 날을 ‘건설 안전의 날’로 명칭 변경, 건설 현장 산재 사고의 실질적 근절을 위한 연합회와 회원사 차원의 대책 마련과 시행, 각 주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자리 마련” 등을 요구했다.

    유가족과 종교계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려는 시도에 대해, 중대재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오히려 더 많이 발생한다며, “중대재해법 유예가 민생 법안이라며 무력화시키려는 이 세태는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이윤을 위해 생명과 안전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과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월급인상이나 복지혜택이 아니라 “일하다 죽지 않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조금만 안전 조치를 하면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 우리처럼 가정이 파탄되고 삶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이 유가족들이 거리에 나가 외치는 이유이며, 가족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 

  • 링크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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