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참으로 많은 의미가 담긴 달입니다.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날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되새기는 어버이날,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스승의 날, 그리고 가톨릭 신자인 저에게는 공휴일이라 더 반가운 부처님 오신 날까지 있습니다. 이토록 다채로운 5월의 문을 여는 첫 번째 날, 바로 ‘노동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려 합니다.
노동사목위원회에 갓 입사했을 때, 달력에 적힌 ‘5월 1일 노동절’이라는 글자를 보았습니다. 당시 명칭에 민감했던 저는 웃으며 “오타가 있네요. 근로자의 날인데 왜 노동절이라고 적혀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곁에 계시던 선생님들이 무언가 설명을 해주셨던 것 같은데, 당시엔 그저 ‘근로자의 날’이 정답이라고 믿었기에 그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을 배우며 ‘노동’이 지닌 참된 의미를 깨달아갈수록, 그때의 당당했던 제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1923년 조선 최초로 세계 노동절 행사를 개최하면서 이 날을 '노동절'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일제타도’를 외치며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절 행사를 하였고, 해방 이후 맞이한 1946년 5월 1일 노동절에는 전국노동조합전국평의회의 주도로 20만 명이 모여 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하지만 군사정부 시절(1963년) 노동이라는 단어가 북한 용어와 비슷하고, 저항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노동절’이라는 명칭은 ‘근로자의 날’로 강제 변경되었습니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고 나와 있는 반면에,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으로 나와 있습니다. 노동은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일을 한다는 내용이지만, 근로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 주체로 노동자가 아무런 저항 없이 순응하며 일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인 저는 노예처럼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 삶과 생계를 위해 주체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여러 의미로 노동을 되찾기 위해 노동사목위원회에서는 2017년부터 “헌법 제32조 개정 운동 ‘근로’에서 ‘노동’으로” 캠페인을 이어 왔습니다. 처음부터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사회가 바뀌어 '근로'가 '노동'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우리 노력이 결코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마침내 2026년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이라는 제 이름을 찾았습니다. 63년 만에 되찾은 이름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노동 존중 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올해부터는 법정휴일로 변경되었고, 게다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자까지 포함하면서 노동의 권리가 미치는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단어 하나가 바뀔 뿐인데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습니다. ‘근로자의 날’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끄러운 과거의 제 모습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노동의 진짜 가치를 잊고 살았던 당시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결과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5월 1일은 하루 더 쉬는 공휴일이 아닌 우리가 주체적인 ‘노동자’로서 존엄을 확인하는 날입니다. 앞으로도 현장의 노동자들과 발맞추며, 노동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향해 함께 걷겠습니다.
- 이전글
멀어지지 않기 위한 머무름
-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