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목이야기

연대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을 볼 수 있는 ‘봄’

베로니카

3월 초 서울지역 15개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이 원청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았습니다. 노동사목위원회가 2024년 연세대 청소노동자 식대 인상 투쟁 당시 방문하며 인연을 맺었던 분회장님의 모습도 기사 사진 속에서 뵐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부터 선전전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학교 측이 교섭 요구에 응답이 없네..."

얼마 후에 전화를 드렸을 때 상황이 예상했던 대로 전개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간 대학 청소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와 교섭을 진행해 왔습니다. 대학 청소 노동자의 근로 시간과 작업 방식, 임금 등은 원청인 대학에서 결정하다 보니 노조가 요구안을 제시하면 용역업체는 “권한이 없다. 대학에 물어보겠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며 책임을 회피해 왔습니다. 임금인상이나 인원 충원의 최종 결정권이 대학교에 있다면 교섭의 주체 또한 대학교여야 마땅함에도, 학교 측은 노조의 원청교섭 요구에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3월 10일 개정 노동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되었지만 노동 현장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원청교섭 요구를 수용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기도 합니다.

대학 청소 노동자들이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부활 시기 인사를 전하려 학교로 향했습니다. 학생회관 앞 한 편에 청소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을 이용한 집회참여를 위해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하나 둘 모여왔습니다. 대부분 연세 지긋하신 조합원들로, 성실히 일하며 자신의 작은 권리를 위해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동지들이 한데 모여 앉아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진짜 사장이 나와서 교섭하라’라 적힌 푯말을 들고 몸짓 활동도 익히며 즐거운 시위를 하고 계셨습니다. 원청교섭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청소 노동자의 휴게시설 개선, 결원 시 인원 보충, 오래 일해도 최저임금 조금 넘는 임금수준 개선, 요즘 물가와 동떨어진 식대를 현실화해달라는 등 그리고 책임 있는 사용자의 모습을 바라는 것입니다.

새벽부터 일하는 청소 노동자는 멋진 캠퍼스에서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집회에서 청소 노동자를 지지하는 학생의 발언이 마음을 더욱 뭉클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새벽 출근하는 어머니들의 손길이 결코 ‘유령’이 아님을,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당당한 일원임을 강조하며 감사를 표현했습니다. 연한 잎이 돋아나고 벚꽃잎이 흩날리는 이 아름다운 봄날, 대학 캠퍼스가 진정한 배움의 터전이 되기 위해서는 화려한 건물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존엄이 먼저 바로 서야 할 것입니다.

대학 청소 노동자들이 비록 시간은 걸리더라도 '진짜 사장'과 마주 앉아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진짜 ‘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