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아니,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양 떼’
나는 웹툰 편집자다. 사람들은 ‘웹툰’을 정말 많이 보지만, 그것이 어떻게 제작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내 직업을 소개하면 열에 여덟은 ‘작가님이세요?’하고 묻는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따로 있다. 요즘은 웹툰 제작도 대부분 시스템화되어 있어서 ‘콘티’ 담당, ‘선화’ 담당, ‘채색’ 담당이 전부 다르다. 나는 이 컨베이어 벨트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사람으로 이 일을 한 지도 벌써 7년 째가 되었다.

작년 가을, 꽤 오래 일했던 회사를 떠났다. 이직하면서 편집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새로 일하게 된 회사는 신생 웹툰 제작사로 사원 중 이십 대 초반인 사람이 많다. 대부분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창작을 전공한 후 바로 취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휴학 중인 대학생도 있다. 삼십 대 중반인 나는 바짝 긴장했다. 이렇게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직원들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Z세대’에 대한 말이 많지 않은가. 그나마 본당과 교구를 오가며 청년 활동을 오래 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첫날부터 스무 살인 팀장에게 “편집장님! 앞으로 열심히 합시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하나? 이것이 말로만 듣던 Z세대의 기개인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다가, 그냥 “팀장님도 파이팅 하십시오.” 하고 보냈다. 답장으로 귀여운 이모티콘이 왔다.
어느 날은 조모상을 당한 직원에게 ‘부의 정보’를 요청했다. “부의가 뭐예요?” 하는 물음이 돌아왔다. 암, 모를 수 있지. 나는 스무 살 때 향로에 국화꽃을 꽂을 뻔했었으니. 큰이모처럼 인자한 마음으로 부의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직원들은 작가로선 프로페셔널하지만, 사무실에선 고등학생처럼 천진난만했다. 동갑내기면 선임이어도 스스럼없이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했다. 협업 체계에서 직급에 따른 예의범절은 필수라, 이 부분만큼은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제대로 고쳐 주고 싶었다. 선임들을 모아놓고 사원들의 본보기가 되라고 쓴소리를 했다. 회사 밖에서는 친구처럼 지내도, 사무실 안에서는 서로 ‘선임님’이라 부르고 출퇴근 시간도 준수하라고 당부했다.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예수님 가라사대,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어라’ 했으니 이다음부터는 각자의 몫이겠거니 하고 지켜보았다.
며칠 후 자리에서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직원 중 누군가가 “아무개야! 저녁 먹고 갈래?”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역시나 바로 고쳐지긴 어렵군 싶어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때, 상대방이 대답했다. “아무개 선임님이라고 불러주실래요?” 아! 그 야물딱진 목소리에 얼마나 가슴이 벅차던지. (그 후 아무개 선임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오늘 직원들과 식사를 하다가 ‘연봉협상을 어떻게 하는지’ 질문을 받았다. 짧게 설명해 주다가 문득 10년 전의 내가 생각났다. 나는 이상하게 사수 복이 없었다. 부모님도 회사에 다녀 본 적 없기에 자문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혼자 힘으로 여러 일을 하느라 서툴고 혼란스러운 이십 대를 보냈었다. 숟가락질도 멈춘 채 경청하는 어린 직원들을 보며, 적어도 내 밑에서 일하는 이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겪어보니 Z세대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도 없다. 그들은 그저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모르는 어린 양들일 뿐이다. 나 역시 ‘밀레니엄 세대’로 묶여본 경험이 있는 자로서, 젊은이들을 세대의 울타리에 가두기보다 먼저 겸손의 옷을 입고 다가간다면 하느님 나라처럼 자유롭고 평화로운 노동환경이 만들어지리라 확신한다.

P.S. 이렇게 어린 친구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그린 웹툰, 불법으로 보지 말아 주세요!
김지혜 안나
웹툰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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