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탈출 3,12)
제가 지금 소임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 2021년 사목 표어입니다. 저는 서품 후 본당 사목과 국내 수학을 하고 처음으로 소위 말하는 특수사목, 그중 하나인 중고등부 부서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본당에서 보좌와 부주임신부를 하면서 청소년 담당을 주로 했기에 특수사목이라는 곳이 사실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가장 어렵다는 중고등부가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가 있으니 바로 부서장으로서 직원(간사)들을 관리해야 하고,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직장인 모드’로 그리고 표현이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상사 모드’로 지내야 하니 말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노동이라는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출처 : The Future of Work, Labour after Laudato Si>
노동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충만한 인생을 엮여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구세주이신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일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나갈 뿐만 아니라 자신을 완성시키면서 하느님 창조사업을 계승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저는 매일 매일 느끼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노동의 가치를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말입니다. 이를 통해 저는 더욱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찬가지로 동전의 양면이 있고,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듯이 매번 쉬운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직원들은 교회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교회를 위해 일하는 봉사자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어쩔 수 없이 이기적입니다. 특수사목을 하면 직원들은 ‘좋으면 신부님이고, 안 좋으면 직장 상사로 생각한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특수사목의 초보자인 저 또한 사목자 모드와 관리자 모드를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매번 상황에 따라 취업규칙, 부서내규를 면밀히 봐야 하고, 그 안에서 잘 대처해야 함을 배우게 됩니다.

<출처 : The Future of Work, Labour after Laudato Si>
또한 직원들과 유대관계도 잘 형성해야 합니다. 제가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무기는 바로 신앙입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신앙인이기 때문에 우리는 신앙으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직원들과 매주 드리는 미사 안에서 서로 복음나눔을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워했지만 그 나눔을 통해 서로 소통되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신앙은 우리를,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공동체로 만들어줍니다. 업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서로서로 배려와 사랑이 있다면 이해와 소통으로 잘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상적일 수 있지만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노동과 신앙의 공통점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이었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탈출시키기 위해 용기를 얻었던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라는 말씀처럼 노동과 신앙 안에서 하느님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각자의 삶 안에서 노동과 신앙은 별개가 아닌 함께 하고 있는 것임을 깨달으면서, 더 충만한 인생을 엮어가고 하느님께 다가설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도하고 청해봅니다.
박재득 테오도로 신부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담당

<출처 : europart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