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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정과 노사자치

노동사목위원회

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정과 노사자치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핵심협약(Fundamental Conventions)’과 관련된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등 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그리고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고용보험 당연가입을 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및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을 강화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고용노동부 소관의 10가지 법률 개정안이 한꺼번에 통과되었다.

 

이에 관한 정부(고용노동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노조법에서는 ILO 결사의 자유 관련 핵심협약의 비준을 위한 개정과 함께 우리 기업별 노사관계의 특성을 고려한 보완방안을 입법하였고,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 개정을 통해서는 ILO의 개선 권고를 받아들여 조합원 자격 관련 논란을 해소하는 동시에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변형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및 건강권 등 근로자 보호 강화에 대해서는 2019년 2월 노사정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와 타협을 통해 도출한 합의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고,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에서의 보호 강화도 급속한 고용형태 변화에 대응한 의미 있는 입법적 성과로 평가하였다.


 <출처: 민주노총>
 

그러나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 “개악”이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ILO 핵심협약 국제기준에 위배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대의원 및 임원 자격에 제한을 둔 것은 유럽연합의 권고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사업장 점거 전면금지 문구는 삭제됐지만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해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문구가 신설됐다. 국제노동기준(Global Labor Standards) 비준과 무관한 경영계의 청부 입법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경영계의 요청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노동계의 요구사항만 받아들여 당초 정부 제출 법안보다도 더욱 노동계에 편향된 내용으로 통과됐다.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번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고, 기업들의 노사관계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른 영역보다 특별히 노조법 등 ‘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정에 대해 노사 양측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대치되고 있는 것이다. 가볍게 살펴봐도, 조삼모사(朝三暮四)로 보일 수 있는 부분(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 제23조),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는 부분(노조법 제5조, 제24조, 제37조, 제41조) 및 정부의 “노파심”이 드러나는 부분(노조법 제17조, 제24조의 2, 제29조의 3, 제30조, 제32조) 등 논란의 여지가 참 많다.

집단적 노사관계법제는 노동법의 이념을 실현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법 규범의 강제력에 앞서서, 노동조합이라는 자주적인 단결체를 기반으로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이라고 부르는 자주적인 공정 룰(Fair Rule)을 형성하고, 이러한 규범에 따라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노사 사이에 불가피하게 존재했던 “불균형(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실질적 평등을 실현함으로써 근로자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킨다. 더구나 근로기준법 등 노동보호법제에서 명시되고 있는 최저수준의 근로조건은 노동운동의 피땀 어린 성과 즉, 노사관계의 지평을 바탕으로 조금씩 향상되어 왔음을 상기하면, 노동관계법·제도 발전의 근본적 동력을 이루는 바탕이 바로 집단적 노사자치(Collective Laissez-faire)이고, 노사 간 자율적인 대화 과정(Communication Channel)이라 하겠다.

 


  <출처: SourcingSpider>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제도는 입법 연혁적으로 “법령의 공백·미비”로 인하여 발생하는 갈등이 문제가 되기보다는, “지나친 규율·통제가 노동기본권 침해를 초래”함으로써 발생한 혼란이 훨씬 더 많았다. 60여 년의 시간적 흐름 속에서 많은 변화를 거쳐 왔지만, 각 시대 상황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제가 정치·경제의 운용수단 또는 그 종속변수로 밖에는 인식되지 못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기능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노동관계법 개정에서는 종래 시행착오를 얼마나 반복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는지, 특히 노사관계 양 당사자의 역량·의지를 믿지 못하면서 법·제도를 통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야만 한다는 “노파심”을 얼마나 자제했는지 살펴야 한다. 천지창조의 대단원에서 인간을 당신의 모상(模像)대로 만들어 내신 하느님께서, “자유의지”라는 선물을 인간에게만 주신 그 깊은 사랑을 되새겨야 하는 우리들의 신앙과 마찬가지 이치인 것이다.

 

 

문무기 교수 | 노동사목위원회 상임위원 ·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