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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가득한 사회를 지향하며

노동사목위원회

존중 가득한 사회를 지향하며

 

아는 지인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노동보다 좋은 말은 없습니까?” 얘기인, 즉 ‘노동’하면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너 공부 안 하면 상고(商高), 공고(工高) 간다, 공장에서 일한다!”는 훈계가 아직 마음에 남아 있어서일까요? 그래서 우리는 공장이 아닌 대학을 가기 위해 죽어라 공부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노동과 근로라는 말을 혼용합니다. 가사노동인가요? 가사근로인가요? 고용노동부인가요? 고용근로부인가요? 근로기준법인가요? 노동기준법인가요? 심지어 우리나라는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베네딕토 성인 / 출처 : 가톨릭일꾼 by Ade Bethune>

 

베네딕토 성인의 유명한 이야기,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말이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힘써 일을 해야 하겠으나 일을 통해 사람은 자신의 창조적 재능을 꽃피우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영성적 가치를 추구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때문에 하신 말씀이죠. 나아가 가톨릭교회는 노동과 인간이 결합하여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노동을 생각할 때 인간의 품위, 존엄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하지요.

 

저는 성직자이지만 동시에 노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직자들의 일을 성무(聖務) 활동이라고 하는데 ‘힘쓸 무’자를 사용하죠. 교우들께서도 열심히 일하듯 성직자들도 일해야 합니다. 이는 창조주의 명령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명칭이 뭐든지 간에 그 본질은 다 비슷합니다. 또한 누구나 힘써 일할 때 보람과 삶의 의미를 얻고,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비록 현실은 노동이냐, 근로냐 뭘 써야 할지 여전히 논쟁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뭘까요?

 

첫째 불공평, 반칙, 특혜가 아니라, 누구나 삶의 자리에서 공평하게 힘써 일해야 한다는 것, 둘째, 일하는 환경이 공평하게 조성되어야 할 것, 셋째, 사랑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 세 번째 항목 노동이 사랑을 지향함은(물론 어렵지만) 그 일을 통해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과 타자, 사회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첫 번째와 두 번째인데요, 누구에게나 불공평, 반칙, 특혜 없이 그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그런 것이 없는 환경이 공정한 세상, 공평한 노동환경입니다. 이를 위해선 엄격한 자기성찰, 깊은 윤리의식, 인권과 이웃, 세상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두고 사회적 갈등과 입장차이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고로 가족, 자녀들을 잃은 산재 유가족들은 애끓는 심정으로 국회 앞에서 단식 중이고 반대로 법 제정으로 인한 재계와 사업주들의 부담이 크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한해에 2천 명이 죽는 현실을 개선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누구나 공평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할 일입니다. 위정자들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해 보이며, 우리가 모두 생명과 인권이 보호받는 사회를 지향하며 관심 가져야 합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일의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존중받고, 자신의 삶 자리에서 소박하지만 넉넉하게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 말입니다.

 

"사람은 노동을 통해 더욱 사람다워집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이주형 세례자요한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