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을 직면하며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고 우리가 당연하다 여기며 살아왔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 시간들을 우리 모두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해있지만 같은 상황에서 어느 곳에서 살고 있느냐에 따라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은 저로 하여금 "사회 안에서 그리고 다양한 민족들 사이에 배척과 불평등"을 알아볼 수 있게 했습니다.
지난 5월, 30대 후반인 저희 수녀회 아프리카 수녀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지역의 학교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교육하며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이셨습니다. 올해 1월 그 수녀님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으니 유럽으로 와서 진료를 받게 했으면 좋겠다는 아프리카 책임자 수녀님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책임자 수녀님께는 본인도 아프리카 사람이지만 수녀원이 자리한 그곳의 의료시스템 자체가 열악하기 때문에 거기서 진료를 시작하면 절대 안 된다며, 유럽에서 진료받기를 강하게 요청하셨습니다. 아프리카 사람인 수녀님께서 유럽에서 진료받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수녀님은 2월까지도 유럽에 올 수 없었고 3월 초 비자를 받고 유럽에 가려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유럽, 아프리카 등 많은 곳에서 국경이 폐쇄되어 어쩔 수 없이 아프리카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두 달 후 너무 빨리 하느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지난 6월, 70대 중반이신 저희 아버지께서 신장투석을 받는 병원에서 쓰러지셔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후 중환자실로 옮겨진 아버지는 생사가 달린 큰 수술을 하셨고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일반병동으로 옮기셔서 치료를 받고 거의 한 달 후에 퇴원하셨습니다. 지금은 다행히도 조금씩 예전의 기력을 회복하고 계시고 집 근처 병원에서 일주일에 세 번 신장투석을 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저에게 "늙어서 돈이 없으면 정말 안 되겠구나."하시며 여윳돈이 있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아버지 수술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수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사실 아버지의 수술비는 굉장히 비쌌습니다. 한국에서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이들이 과연 아버지가 받았던 그 수술을 선뜻 받을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신 그 시간, 돌아가신 아프리카 수녀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수녀님이 한국에 계셨더라면 항암치료도 하고 그렇게 빨리 돌아가시진 않았을 텐데... 병원에 가기 어려운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의료시스템이 잘 구축된 나라에 계셨더라면 병을 그렇게 키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개인적인 경험은 저로 하여금 불평등의 현실을 직면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살인적인 의료비가 지출되는 미국의 의료시스템 속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이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코로나에 대처하는 브라질과 일본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접하면서, 아프리카 책임자 수녀님의 이야기를 통해 열악한 아프리카 의료시스템을 접하면서, 각 나라의 정치․사회적인 정책과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저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와 정치 시스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필요성과 국가의 리더와 정치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사회현상을 관찰하고 판단하며 올바르게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정치는 흔히 폄하되기는 하지만,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매우 숭고한 소명이고
사랑의 가장 고결한 형태입니다. (...) 저는 주님께서 사회 상황과 국민과 가난한 이들의 삶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정치인들을 더 많이 보내주시도록 기도합니다!."
(복음의 기쁨 205)
"책임감 있는 시민 의식은 하나의 덕이고,
정치 생활에 대한 참여는 도덕적 의무입니다." (복음의 기쁨220)
느베르애덕수녀회 한여림 실비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