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일방적 노사관계, 우리 사회 폭력성 드러내”

교구 노사위, 여장연, 남장협 미사 주관

노동자들 한 달째 단식 농성 중

국가인권위, 노조법 2, 3조 개정 필요

“노동으로 살아가는 누구나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고 진짜 사장과 교섭하고, 처벌의 위협 없이 쟁의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노조법 2, 3조의 개정이 필요하다.”

28일 저녁 '노조법 2, 3조 개정을 바라는 미사'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부산교구, 인천교구 등 노동사목위원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공동주관으로 봉헌됐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해 임금, 근로조건 등에 대해 사측과 교섭하고, 단체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 33조가 보장하는 기본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며, 이 노동3권을 실현하는 법률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다.

미사를 주관한 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이 ‘노조법’에서 정한 근로자여야 하는데, 현재의 노조법 2조는 ‘근로자’와 ‘사용자’를 협소하게 정의해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배제하고, 노동조합의 역할을 축소해 규정함으로써 정당한 쟁의행위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원청, 즉 일을 시키고 월급을 주는 진짜 사장과 교섭하는 게 필요한데, 노조법 3조는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불법파업’이라는 딱지를 남발하고 노동자 개인에게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청구해 쟁의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며 미사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9월 노동, 법률, 시민, 종교단체 등이 모여 ‘노조법 2, 3조 개정운동본부’를 출범시켰으며, 천주교에서는 이날 미사를 공동 주관한 5개 단체와 천주교인권위원회, 예수회 JPIC위원회가 참여하고 있다.

미사가 봉헌된 국회 앞 농성장에서 오늘로 11일째 단식 농성 중인 ‘노조법2, 3조 개정운동본부’ 양경수 공동대표(민주노총 위원장)가 미사에 앞서 발언에 나섰다.

그는 “노동조합법에 사용자, 노동자의 정의가 온전히 규정돼 있지 못하다. 수많은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가 소송으로 짧게는 4-5년, 길게는 10여 년간 소송해서 노동자임을 인정받아야 노동조합을 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또 “교섭 자리에서 사용자들은 이런 식이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며,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하면 결국에는 손해배상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노조법 2, 3조 개정은 심각하게 기울어진 노사 관계를 적어도 합리적이고 수평적으로 만들자는 최소한의 요구”라며 이것을 바꾸지 않고서는 노동자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론에서 김정대 신부(예수회)도 “자본은 위험한 작업환경에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치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지속하고, 이로 인한 산업재해가 반복된다. 산재를 막기 위해서는 진짜 사장이 엄한 응징을 받고 엄중한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며, "하지만 실질적 사용자(진짜 사장)들은 하청 노동자의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또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동쟁의 자체가 불법”이라고 노조법 개정 이유를 말했다. 

이어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면 불이익을 당하게 하는 법 아래에서, 노동은 징벌이 되고 노동자는 노예가 된다. 이런 일방적 관계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노동 현실을 비판했다.

김 신부는 “법은 강자를 위한 무기가 돼서는 안 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현 상황을 바로잡는 그 시작이 노동조합법 2, 3조의 개정이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과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이 문제에 올바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국가인권위원회도 국회에 노조법 2, 3조 개정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쟁의행위로 인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 및 가압류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위축시키고,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위협해 심각한 경제적 고통에 직면하게 하며, 정신적 우울로 인한 자살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의견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 의견 내용에는 또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나 플랫폼 종사자도 근로자 규정에 포함되도록 하고,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노동조건이나 노동조합 활동에 관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력, 영향력이 있는 자는 사용자로 보도록 사용자 규정 개정” 등을 담고 있다.

이에 29일 노조법 2, 3조 개정운동본부는 국회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늦은 감이 있지만 국가인권위 결정을 뼈아픈 마음으로 환영한다”며, “이제 국회가 답할 때다. 조속히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지난 27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단식 28일째 건강이 악화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 부지회장을 비롯한 노동자 6명은 지난달 30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다, 지난 26일부터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농성을 이어 왔다. 노조법 2, 3조 개정운동본부 공동대표인 박래군 손잡고 대표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난 19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기자명 배선영 기자   입력 2022.12.29 15:53  수정 2023.01.01 13:32  댓글 0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