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일
쌍용자동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생명평화 미사 강론(마태오 13. 44-46)
정수용 이냐시오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신부
찬미예수님!
살면서 내가 가진 것을 모두 걸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에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런 극적인 순간이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차지하기 위해 성공과 재산 등을 포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나 아니면 도박사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게임을 벌이는 등의 장면들은 분명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걸어 더 큰 무엇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분명 쉽게 찾아오는 순간은 아니지만, 그러한 경우를 상상해본다면... 분명 그 일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것, 그리고 아주 간절하고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비유 이야기도 이와 비슷합니다.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하늘나라를 설명하시면서 첫째로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의 이야기를 비유로 드십니다.
이 비유 속에 등장하는 사람은 아마 자신의 밭을 가진 자작농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었나 봅니다.
어느 날 그는 남의 밭에 가서 일을 해주다가 밭에 묻혀있는 항아리 하나를 발견하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는 금은보화가 가득했습니다.
전쟁 통에 피난을 가던 누군가가 황급히 자신의 보물 모두를 땅에 묻어두었던 것인지, 아니면 부정한 재물을 탐한 누군가가 그 재물을 땅에 묻어둔 것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 밭에는 아무도 모르는 보물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발견한 사람은 놀라움 속에 항아리를 다시 땅에 묻고는 그 밭을 사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합니다.
처음에는 가진 돈을 모두 모아보았을 것이고 그래도 부족하자 자신의 집과 세간 모두를 팔아 밭을 살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마련합니다.
가족들은 갑자기 집을 팔고 세간을 내어놓는 이 사람이 미친 것이 아닌가...
말려도 보고 나무라기도 하지만 그는 그 밭에 보물이 묻혀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가족과 지인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그 밭을 얻고자 합니다.
두 번째 비유에 등장하는 사람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는 진주를 사고파는 상인인데, 어느 날 최고급 품질의 진주를 발견합니다.
사람들 눈에는 그저 비슷비슷한 물건일지 몰라도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상인은, 역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 진주를 사려합니다.
사실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보물이 묻힌 밭을 발견한 농부나 진주의 가치를 아는 상인은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습니다.
이러한 선택이 가능한 것은 바로 더 큰 가치의 것을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하늘나라의 가치를 볼 수 있다면 현세에서 우리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라도 하늘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뜻으로 이런 비유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우리가 오늘 미사를 함께 봉헌하는 이곳,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김득중 지부장, 윤충렬 수석부지부장, 김정욱 사무국장, 김선동 조직실장 그리고 이들 임원을 비롯한 119명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입니다.
이들 역시도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있습니다.
한낮에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서도 분향소를 지키며 사람들을 맞이하고 9년간 계속되고 있는 대량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습니다.
비아냥과 조롱의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 문제를 끝내야 한다며 쌍용자동차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걸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이 발견한 밭에 묻힌 보물은 무엇이고, 값진 진주는 무엇일까요?
그 보물이 무엇이고 진주가 무엇이기에 이들은 무더위에도 이 거리에 있는 것일까요?
단순히 쌍용자동차에 복직해서 직업을 얻고 직장을 갖겠다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이들이 단순히 직장을 원하고 직업을 찾는 것이라면, 분명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보다 이들이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얻고자 하는 밭에 묻힌 보물과 값진 진주는 바로 대량 정리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리는 것이고 그로 인해 일어난 피해가 치유되어야 한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또한 국가에 의해 일어난 폭력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날의 진실을 알리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지난 9년간 외쳤던 이들의 주장으로 우리 사회는 이미 그 밭에 묻힌 보물을 일부 나누어 갖게 되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외침이 있었기에, 우리는 대량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알게 되었고 그러한 경험으로 이제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수 천명의 사람을 해고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 국가의 폭력적인 진압 역시, 이들이 먼저 고통을 당해주었기에 다시는 그와 같은 반인권적인 진압은 시도하기 어렵게 되었고 그만큼 진전된 사회를 우리 모두는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결국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고통은 우리 사회의 좀 더 나은 고용안정을 이루었고 좀 더 멀어진 국가폭력을 이루었습니다.
이들의 아픔으로 말미암아 사회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그들의 고통은 우리 모두를 위한 희생인 것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도 당사자들의 고통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사회는 보물과 진주를 미약하게나마 나누어 가졌지만, 해고노동자들이 모든 것을 걸어 얻고자 하는 것만 돌아가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간절함에 동참하며 이들과 함께 연대합니다.
하루빨리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가 미사를 봉헌하는 이 자리는 단순히 해고자 119명의 일자리를 찾고 직장을 돌려주자는 이야기가 외쳐지는 곳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간직해야 할 “고용안정”이란 밭에 묻힌 보물을 발견한 사람들...
“인권”이란 진주를 발견한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가며 보물과 진주가 우리 사회에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이야기가 울러 퍼지는 곳입니다.
사실 이 보물과 진주가 온전히 우리 사회에 온전히 녹아들어 가는 것은 바로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문제가 타결되는 순간일 것입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몹시 미안한 마음으로... 이 싸움의 가장 앞에서 걸어가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보물을 발견한 이들이 비단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만이 아니길 바라봅니다.
여기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 역시도 하늘나라의 보물을 발견한 사람들로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과, 관심과, 노력을 다해 연대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오늘 복음의 말씀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