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과 노조법 2·3조 개정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화물연대 파업은 끝났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계속 조사하겠다고 한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 단체가 소속 회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사업자끼리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파업을 ‘사업자끼리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파업 참여 독려를 ‘소속 회원의 사업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규정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만들고 싶어서 억지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려나 본데, 화물연대는 사업자단체가 아니라 노동조합이므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화물연대는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며, 20년간 활동한 노조다. 대법원은 2018년 특수고용인 학습지 노동자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했다. 근로기준법의 노동자 정의와 다르게 노조법에서의 노동자 정의를 넓게 판단했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노조법 2조를 개정해야 했지만, 국회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화물연대를 지칭하며 결사의 자유를 온전히 향유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고, 올해 4월부터 ILO의 핵심협약도 발효됐다. 그런데 국회는 아직도 노조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다’고 규정하고, 탄압한다. 그런데 화물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할 방법은 뭉쳐서 싸우는 것 말고는 없다. 졸음운전이 일상인 장시간 운전, 과적과 과속을 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운임을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가. 화물노동자들의 경쟁 때문에 운임이 떨어지니 뭉쳐야만 하고, 안전운임제를 만들려면 힘을 보여줘야 하니 물류를 멈춰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아무리 화물노동자들이 죽고 다쳐도, 도로가 위험해져도, 화주와 운송사와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결국 노동권이 핵심이다.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일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노동조건에 영향력과 지배력을 가진 이들과 교섭하고 투쟁해 자신의 삶을 지켜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노조할 권리다. 그런데 지금의 노조법은 그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노조법에 따라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았고, 설령 노조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파업의 목적이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이 아닌 안전운임제 제도개선을 위한 투쟁이므로 정당한 파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노조를 만들어 활동하면 노동자로 추정’하고, 파업의 목적도 넓혀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라고 말해 놓고 나니 이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을 들고나온 것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불법’으로 규정만 되면 손해배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은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서 경제적 압박으로 노조를 무너뜨리는 수단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화물연대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손해배상의 목적이 손실 만회가 아니라 노조파괴라는 점을 정부 스스로 밝힌 셈이다. 그래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자행되는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탄압은 왜 노조법 2·3조가 개정돼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노조법이 제대로 개정되지 않으면,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과 또 다른 하청노동자들은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을 하기 위해 긴 시간을 싸워야 하고, 화물연대와 또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공정거래법 등으로 탄압받게 될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투쟁에는 ‘불법’ 딱지가 붙어 거액의 손해배상이 청구될 것이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현행 노조법은 생존을 위해 싸우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뭉치지 못하게 만들고, 입에 재갈을 물린다. 비정규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위해 노조법 2·3조를 꼭 개정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에서 0.3평 케이지에서 농성을 했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당한 하청노동자가 국회 앞에서 16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과로로 죽지 않게 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지키라고 농성을 했기 때문에 CJ대한통운으로부터 20억원의 손해배상을 당한 택배노동자도 단식 중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누리도록 하자고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단식을 하는 이때, 화물연대 노동자가 탄압에 맞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위해 또 단식에 들어가는 상황이 너무나 서글프다. 비정규직이 노조할 권리를 갖는 건 이토록 어렵지만 그래도 꼭 해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