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이제는 워프홈!
ㆍ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시간 넘어 ‘장소의 유연성’ 부상
ㆍ트위터·MS 등 외국계 IT기업들, CEO부터 앞장서 재택근무 장려
ㆍ쿠팡 등 국내 기업도 도입 확산
ㆍ화상회의 등 시스템 구축뿐 아니라 보지 않아도 신뢰하는 문화 필수적
폭설이 내리거나, 폭우가 내리칠 때 출퇴근길은 전쟁터가 되기 십상이다. 이럴 때는 집이나 집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게 더 생산성이 높지 않을까. 이달부터 주 52시간 시행으로 근무 장소의 유연성까지 강조하는 재택근무가 주목받고 있다.
트위터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위터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잭 도시는 올해 1월 초 직원들이 생산성을 가장 높이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길 장려하며 스스로 매주 화요일은 집에서 근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트위터 직원들은 구글 캘린더에 ‘워크 프롬 홈(Work From Home)’만 표시하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됐다. 트위터코리아 직원 ㄱ씨는 “출산휴가 후, 추가로 10개월 동안 월요일에만 출근하고, 나머지 요일은 재택근무를 했다”며 “구글 행아웃을 이용해 화상회의를 하고 메일로 업무를 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곳이다. 한 직원은 “일주일에 2~3일씩 재택근무 하는 분도 있다”며 “횟수에 제한이 없고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전날이나 급하면 당일 오전에 바로 상사에게만 알려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눈이나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보통 회사들이 톱다운 방식으로 ‘오늘은 출근을 늦춘다’고 결정할 때 이곳 직원들은 힘들게 회사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일할 수도 있다.
워크 프롬 홈은 이제 일하는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로 진화하고 있다. 트위터코리아의 한 직원은 미국 뉴욕 친구와 함께 지내기 위해 휴가를 따로 내지 않고 한달간 현지 숙소에서 일하는 ‘워크 프롬 뉴욕’을 선보이기도 했다.
쿠팡과 유한킴벌리 등 국내 일부 기업도 재택근무 확산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이달부터 전 사무직군에 한해 일주일에 하루 원하는 날짜를 선택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쿠팡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인식과 기술 측면에서 많이 변했고 모바일로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하려면 IT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노트북만 있으면 그 공간이 곧 사무실이 될 정도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카이프를 이용해 화상회의를 하거나 유선으로 걸려온 회사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굳이 회사 서버에 접속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업무 파일을 어느 곳에서든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워크 프롬 홈을 시행하는 기업들은 무엇보다 문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는 사무실에 출근해 얼굴을 보고 회의해야 일한 것 같다고 보는 전통적 기업문화가 아직 강하다.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확산 이후 재택근무를 시도한 국내 기업이 많았지만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것도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문화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는데 시스템만 깔거나, 그 시스템 자체가 불편해 차라리 회사에서 일하는 게 편한 경우 재택근무가 실패한다”며 “기본적으로 어디 있든 자기 일을 알아서 한다는 동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채용부터 인사평가, 업무 문화, 하드웨어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워크 프롬 홈 (재택근무 또는 원격근무)
노동자가 정보통신기기 등을 활용해 회사 사무실이 아닌 자택이나 자신이 편한 공간에서 일하는 제도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포괄하는 개념. 정부는 재택·원격 근무를 도입하거나 확대 시행하기 위해 우선지원 대상 기업, 중견기업이 시스템과 설비·장비 등을 설치할 경우 비용의 절반 안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총 투자비의 절반 이내 범위에서 최대 4000만원 융자
■ 국내외 워크 프롬 홈 주요 사례
●트위터: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도 매주 화요일 재택근무 선언. 횟수에는 제한 없음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지사 2013년 광화문 이전 이후 활성화. 스카이프, 클라우드 등 활용. 횟수 제한 없음
●페이스북: 횟수 제한 없이 재택근무 가능. 협업용 자체 툴 ‘워크플레이스’ 개발·공개
●유한킴벌리: 2012년 재택근무 도입. 집에서 근무 후 현장 출퇴근 방식. 주로 영업부서에서 활용
●쿠팡: 수년 전 개발직군에 한하던 1주 중 1일 재택근무를 올 7월부터 사무직군 전 직원에게 적용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 출처 : 경향신문 2018. 7. 9
* 해당원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092203015&code=9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