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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호 노동을 읽는 눈] 코로나-19의 교훈 : ‘함께 잘 살아가야 한다’
    • 등록일 2020-10-14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74
  • 코로나-19의 교훈 : ‘함께 잘 살아가야 한다’ 


    어쩌다 감기에 걸리면 나는 늘 코가 먼저 막힌다. 감기가 심해지면 영락없이 비염은 다른 어느 부위보다 빠르게 그리고 더 심각해진다. 평소에 취약하였던 몸의 어딘가가 병이 들면 먼저 아프기 시작하고 가장 심하게 악화된다. 사람들이 사는 사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세상살이가 더 어려워진 요즈음 치명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는 곳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취약했던, 그러나 조용하게 가려두었던 지점들이다. 묻어둔 상처들이 새삼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 시대, 일을 할 수 있는 연령의 사람이라면 대개 주 40시간 일을 하고 그 노동으로 기본적인 생활비를 벌 수 있고 저녁 6시에는 퇴근하여 가족, 친구와 또는 오롯이 혼자의 휴식·여가 시간을 보내며, 기운을 충전하는 생활을 살아내는 것을 이상적인 일상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일이 없거나 적어 적정한 생활비를 벌기 어렵거나, 또는 너무 오랜 시간 힘들게 일을 하여 과로로 쓰러지는 노동자가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이렇게 적정한 시간 노동하는 일상을 더 험하게 파괴하여 우리 사회의 상처를 다시 직면하게 하였다.

     

    우리나라의 방역은 모범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영향은 매우 심각한 수준의 것이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8월 취업자는 2,708만 5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만 4천 명이 감소하였고 15~64세 고용률은 65.9%로 전년 동기 67%보다 1.1%p 하락하였다. 취업자의 감소는 종사상 지위가 불안정한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의 감소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28만 2천 명이 증가하였지만, 임시근로자는 31만 8천 명, 일용근로자는 7만 8천 명이 각각 감소하였다. 일하지 않고 구직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의 구성을 보면 재학·수강은 감소하였지만 ‘쉬었음’과 ‘가사’ 등에서 그 수가 증가하였다. 구직단념자도 전년 동월 대비 13만 9천 명이 증가하였다. 

     

    <출처 : MBC>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코로나-19 확산으로 응답자 본인이나 가구원의 소득이 감소하였다고 응답한 비율이 45%였다. 의존도급, 고용주 및 자영자, 임시단기노동자, 인턴의 반 이상이 소득감소를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응답자의 30%가 소득감소를 경험한 것과 달리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응답자의 65.9%가 소득감소를 경험하였다. 정부의 고용보험 확대에도 불구하고 2019년 기준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4.9%였다. 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 87.2%와 비교하여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일자리에서 소득감소가 더 빈번하였지만, 고용보험으로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임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정부는 아프면 쉴 것을 권고하였다. 감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아프면 쉬어야 본인의 건강과 주변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도 쉴 수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왔다. 하루 벌이로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이웃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고용이 불안하고, 쉰다고 달리 생활비를 구할 방도가 없으니 쉽게 쉬겠다는 결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코로나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취약성은 다른 지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역별 의료기반의 격차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이번 사태로 절감하게 되었다. 지난 3월 10일 발생한 경북 경산시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사망이 사실상 의료마비 상태에서 빚어진 사건이라는 해석이 있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로 병상과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치료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코로나-19의 확산 기간 동안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할 병상과 의료진 부족을 경험한 지역이 적지 않다. 이번 감염병 확산 이전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의료 기반이 약화되고 이로 인하여 응급환자에 대한 지역의 대응능력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민간병원의 병상을 의료 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 한계가 적지 않았고 의료진의 부족은 심각한 수준으로 체감되었다.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고립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정폭력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고용불안, 불평등의 심화, 의료서비스 기반의 지역 격차, 가정폭력 문제는 코로나-19로 새롭게 등장한 문제들이 아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 모두의 대응 노력이 필요하였지만, 이래저래 당장의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강구하지 못한 채 묻어두었던 상처들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OECD도 한국의 고용 충격이 작지 않고 노동 취약계층의 고용 충격은 더 심각함을 지적한 바 있다. 관련하여 고용보험의 확대와 상병수당제도의 도입 등을 권하였다.

     

    세상일이 서로 무관한 것은 거의 없다. 우리 사회의 어딘가가 심하게 아프면 다른 곳도 이어 아프다. 나만 사회의 그 많은 상처에서 멀리 떨어져 무관하게 살 방도가 없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라는 감염병에서 이러한 세상 이치를 다시 배우고 있다.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현주 박사
    노동사목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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