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시급 6030원, 월급 126만원도 높다는 재계 |
최저임금 인상 효과, ‘내수 활성화’ vs ‘고용 정체’
경제 불황 타개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안’이 제기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상승→소득 증대→소비 증대→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다는 점에서 ‘임금 없는 성장’, ‘저성장의 덫’에 빠져있는 한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임금을 올리게 될 경우 영세 자영업자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고 청년 고용률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의 시급 6030원, 월 126만270원이 “이미 매우 높다”는 것이 공통된 말이다.
이미 최저임금위원회가 2017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모인 가운데 노사 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둘러싼 상반된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 지난 5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노총의 주최로 개최된 ‘독일과 미국사례를 통해 본 경제위기 해법, 최저임금 인상’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 사건의내막
한국 최저임금 수준 OECD 하위권·미만률은 상위권 재계 “임금 1만원 인상 시 경제성장률 1.48% 하락” 노동계 “‘양극화’·‘저임금 덫’ 타개책…임금인상 뿐”
국내 수출업의 견인 역할을 해오던 조선해운 업체들이 채무부담을 넘지 못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가운데 경제 불황 해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안’이 제기됐다. 임금 수준을 올림으로써 소비가 증진되고 이는 곧 내수활성화로 이어져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다.
앞서 지난 5월7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1월1일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해 첫 전원위원회 회의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었다.
이에 양대 노총을 포함한 시민단체 최저임금연대는 하루 전인 5월 6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1만원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자 곧 사용자 단체도 나서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청년 고용도 현재보다 감소할 것”이라며 현 최저임금 동결로 맞받아쳤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매년 6월이 되면 위와 같이 노동계와 재계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의한 치열하게 ‘최저임금’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해왔다.
최저임금이 미치는 긍정적 영향 지난 5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주최한 ‘독일과 미국사례를 통해 본 경제위기 해법, 최저임금 인상’이란 제목의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러 논쟁점 △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 임금불평등 및 저임금 해소가 가능한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가 등에 대한 답변을 내놓은 자리였다.
이들은 현 경기 불황의 가장 큰 원인을 ‘과잉 공급’이라고 지적했다. 공급에 맞는 적절한 수요가 이뤄져야 화폐가 순환될 테지만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음으로써 내수가 비활성화된다는 논리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본임금 수준을 높여 경제적 여유를 갖고, 소비를 증진시킴으로써 내수를 활성화 시켜야한다고 설명했다. 즉, 최저임금 인상→소비 증가→내수 활성화→경기 회복으로 선순환 구조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양극화 해소에도 효과를 낼 것이라 예상했다. 앞서 지난 5월 12일 OECD가 발표한 2014년 기준 임금 10분위 배율에 따르면 한국의 하위10%와 상위 10%의 임금격차는 4.8배에 달했다. 이는 OECE 34개국 중 32위이며, 평균(3.5배)을 훌쩍 넘는 수치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개선 희박성이다. 2000년 한국의 상·하위 10% 임금격차는 4.9배였다. 지난 14년 동안 사실상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면, 칠레는 2000년 6.3배로 한국보다 임금격차 수준이 심했으나 2014년은 4.7배로 한국보다 완화됐다.
전문가는 양극화의 원인으로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꼽았다. 2015년 OECD 34개국 중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27위 였으며,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도 상위권에 속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가구 기준으로 본 한국의 지니계수(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수치,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은 것)는 OECE 절반에 위치한다. “(현 경제 상황은) 불평등하다”라는 입장인 사람이 2명 중 1명인 셈이다.
이에 전문가는 “지니계수가 높은 것은 사회보장이 잘 되기 때문이 아니라 저소득 가정의 구성원들이 밖에서 돈을 벌어오기 때문”이라며 “어르신들이 폐지를 줍는 것을 자주 목격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다음으로 주장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고용의 질 개선 효과가 있다”이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최저임금법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으나 고용율이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올랐다. 전체노동자는 7.5%에서 7.1%로, 청년의 경우 5.8%에서 5.4%로 실업률이 감소했다. 사회보험 적용 일자리로 전환되는 등 고용의 질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임금불평등 및 저임금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토론에 참가한 데이빗 쿠퍼는 미국에서 불평등이 악화된 원인을 ‘최저임금 하락’을 꼽았다. 쿠퍼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2년까지 중위임금과 하위 10%에 속하는 노동자 임금 간 차이는 22.4%로 집계됐고,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실질최저임금 하락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979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은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하락했다. 그 결과 임금 소득 50%와 하위 10% 사이의 불평등을 여성에게는 48% 남성에게는 10% 확대됐다”고 말했다.
물가상승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보았다. 쿠퍼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인상 효과는 아주 미미하다”며 “최저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요식업 조차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경우 가격은 0.3%~1.5% 정도 인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은 기업 전반의 경영비용 중 하나의 요소이며 임금이 인상되면 이직률이 낮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져 오히려 가격 효과는 매우 작다”고 설명했다.
또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소득 증대는 소비를 늘리고 이는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라며 “일례로 최저임금이 24% 인상되면 전반적으로 GDP가 0.3% 상승한다”고 말했다.
토르스텐 칼리나 박사 또한 독일의 사례를 들며 “독일도 저임금이 만연화 되어있었으나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각층에서 최저임금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한 결과 청년들을 포함한 전체적 실업률이 추가적으로 감소했으며 비숙련 노동자와 같은 저임금 부문에서 총 시급 증가, 사회보험 적용 일자리로의 전환 등 전체적 고용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미국과 독일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과 물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저임금과 임금불평등을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영햐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내 평균 노동생산성은 지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실질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내 경제는 평균 노동생산성과 괴리의 폭이 커지고, ‘임금 없는 성장’이 고착화된 상태다. 여기에 재벌기업의 사내유보금 증가, 투자 및 순수출의 경제효과 축소 등 임금불평등 및 양극화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에 이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저성장의 덫’에서 한국 경제를 구하는 유력한 경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임금 인상, 고용 하락 초래” 민주노총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 대해 설명할 때 같은 시각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이하 한경연)은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이와 반대 되는 ‘정치권의 최저임금 인상경쟁과 그 폐해’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포퓰리즘성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며 “선의에서 시작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됐다”며 세미나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먼저 정치권의 공약처럼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릴 경우 약 2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경고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시킬 경우) 현재 최저임금 6030원과 시간당 1만원 사이에 분포하는 약 618만 명 근로자에 최저임금 탄력성을 적용할 때 약 2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노동수요 탄력성을 적용할 경우에는 무려 51만 명의 고용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최저임금을 9000원으로 인상하더라도 약 17만~3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여성과 고령층이며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 더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노동시장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도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 주장에 따르면 OECD 24개국 중에서 독일, 덴마크,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웨덴 등 9개국은 최저임금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제를 운영 중인 15개국의 1980년 이래로 작성된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임금을 6030원에서 1만원으로 평균임금 대비 29%포인트 높아지면 경제성장률은 1.48%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박 교수는 “정치권의 최저임금 인상 경쟁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초래해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고 경제성장률마저 추락시킬 것이라면서 점진적인 인상과 함께 부작용이 적은 대안 모색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최저임금 영향력·미만율 높다 ‘최저임금’을 두고 맞붙는 노동계와 재계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 등은 모두 상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6월이면 같은 문제로 두 집단으로 갈려 갈등이 재연됐다. 그럼에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최저임금의 목적과 취지는 한 사람과 그 가족의 생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최저임금을 정할 당시 최저임금위원회는 무려 12차 회의를 거쳐야 했다. “6030원이 너무 과하다”는 사측의 반발 때문이었다.
현재 2016년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 월 126만270원(주40시간 기준)이다. 이 금액은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비용(6300원)보다 약간 부족하며 2014년 미혼단신 노동자 실태생계비의 81%에 해당한다. 또 법정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OECD 25개국 중 17위에 위치하며 비교대상을 34개국 전체로 확장하면 26위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의 미만율도 높다. 지난해 8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체 1931만 명의 임금노동자 중 11.5%(222만)가 최저임금도 지급받지 못했다. 저임금계층 일소라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이 유명무실한 이유다.
대표적인 저임금 직업은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29만명), 매장판매종사자(24만명), 음식서비스종사자(17만6000명), 음식관련단순종사원(16만7000명), 경비원 및 검표원(12만3000명) 순이었다. 주로 영세자영업이 밀집한 산업의 판매직 및 단순직 종사자이거나 시설관리에 종사하는 청소·경비,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일수록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거나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을 받고 있었다.
2016년 최저임금 영향률은 18.2%다. 전체 임금 노동자 1931만명 중 저임금노동자 473만명은 최저임금 인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4명 중 1명 꼴이다. 이는 곧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 해소에 기여할 것을 시사한다.
‘저성장의 덫’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 경제를 구하는 유력한 통로가 될 수 있을까.
* 출처 : 타블로이드 주간지 사건인 2016. 5. 20 * 해당원본글 : http://www.sagunin.com/sub_read.html?uid=14008§ion=sc63
|
